- 1기 박수지

[1기 - 박수지] 맘기자 박수지의 CHALLENGE MASTER CHEF KOREA!

작성자: 박수지
작성일: 2014-07-30 조회: 24290 댓글: 0

도전은 아름다웠다. 주부생활에 홈메이드 칼럼을 연재해온 맘기자 박수지씨가 마셰코에 도전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그녀의 도전은 자신의 꿈을 잊고 사는 많은 이들에게 작은 울림이 된다.


1. 긴장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요리하는 나의 원샷.
2. 최고의 미트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흔적.


운명처럼 한 프로그램을 맞이했다. 홍보영상을 접하곤 마음이 들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어느 날, 이제껏 요리한답시고 고군분투했던 내 삶에 의미 있는 한 점을 찍고 싶어졌다. 막상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고 전화로 간단한 응모 절차를 끝내고나자 생각보다 마음이 느긋했다. 승부에 집착하기보다 그저 전 국민이 보는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에겐 큰 도전이었으니까.

1차 인터뷰는 전화로 진행됐고 합격했다. 그리고 운명의 12월 28일, 강레오 셰프 등 전문가 4인 앞에서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선보이는 면접이 이어졌다. 내가 준비한 요리는 내 영혼을 울리던 뵈프 부르기뇽과 망고살사드레싱을 곁들인 새우 샐러드, 얼그레이잼과 초콜릿 브라우니였다. 인터뷰 당시 내가 이제껏 요리한 사진들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갔는데, 마치 내 열정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듯했던 강레오 셰프의 따뜻한 눈빛이 잊히지가 않는다. 그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울컥 했다. 하나는 살아 있다는 것이 너무 짜릿하고 감사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요리를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는 내가 엄마와 주변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순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이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가슴이 벅찼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2개월 후에 발표한다는 면접 결과는 내게 중요치 않았다. 나는 누구보다 그 과정을 즐기고 있었고 만약에 합격한다면 어떤 요리를 만들 것인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미칠 지경이었으니까.

마침 아이들의 방학이기도 했던 결과 발표 전 두 달의 기간은 내 인생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매일매일 요리책을 보고, 맛에 대한 영감을 받고, 미친 듯이 요리를 했다. 하루하루를 익숙하거나 혹은 새로운 요리로 채워가면서 내가 얼마나 요리하기를 열망하고 좋아하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드디어 2월 말, 합격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고 나는 7400명의 도전자들을 제치고 100인의 오디션을 준비하게 된다. 시그니처 디시를 준비하는 2주간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나는 내 소울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스웨디시 미트볼’을 시그니처 메뉴로 정했다. ‘메뉴 선택은 정말 탁월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요리 준비를 하고부터는 그토록 사랑하던 요리가 마치 고통의 근원인 듯 여겨지기도 했다. 단지 가족들을 위해 즐겁게 미트볼을 만들어내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경연을 앞두고 부담감과 욕심만 잔뜩 껴안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 준비기간인 2주 동안 정말 미친 듯이 모든 고기부위를 배합해가며 미트볼을 만들었다. 가족들은 테이스팅을 하다 질렸고 나 역시 정신과 육체 모두 극도로 지쳐갔다. 그러던 중 경연을 이틀 앞두고 기적적으로 미트볼 고기의 최고 배합을 찾아냈다. 그리고 할라피뇨를 넣은 베리 콩포트까지 개발하면서 조금은 시름을 덜고 덤덤하게 경연의 날을 맞았다.

 

3. 부트캠프로 가게 해준 나의 시그니처 미트볼.
4. 날카롭지만 따뜻한 레오셰프.


새벽 5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해 내 순서가 오기까지 대기시간만 무려 20시간. 방송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뼛속까지 느꼈다. 하지만 긴 대기시간 덕분이었는지 요리할 때는 전혀 떨지 않고 꽤 차분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주어진 시간에 맞춰 요리를 끝내고 심사위원이 맛을 보는 순간. 그들의 입이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듯 느껴졌다. 더없이 길게만 느껴지던 시간이 지나가고 심사위원의 극찬은 받지 못했지만 베리 콩포트가 무척 맛있다는 임팩트 있는 칭찬을 받고 부트캠프로 진출하게 된다.

부트캠프까지 통과해 미션요리만 마치면 본선진출이었다. 그러나 미션요리의 재료는 상상도 못한 ‘두부’였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진심을 다했고 최선을 다했으며 단 몇 번의 경연에 내 인생을 걸었기 때문에 의외로 담담했다. 하지만 떨어지고 일주일간은 상심한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쓴소리일지라도 누구보다 요리에 큰 의미를 두고 살아온 나에게만큼은 큰 상처가 되었던 심사위원들의 독설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고, ‘이걸 했더라면’, ‘저걸 했더라면’ 하는 후회들로 마음이 온통 멍투성이였다. 그때 문득 내 머릿속을 스쳐간 것은 결혼 초 나의 정체성을 잃고 아이들과 복닥거리다 지쳐있던 밤 구웠던 빵과 나를 위로해주던 빵냄새였다. 늘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나누며 그들의 미소에 행복해 했던 나날들.

그 후로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누군가 나에게 ‘도전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yes, yes, yes’ 하고 외칠 것이다. 실패했기에 나는 더 단단해졌고 이제는 어떠한 도전과 시련이 내 앞에 닥치더라도 용기를 내어 나아갈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진] 박수지, 마스터셰프 코리아3 홍보실
주부생활 201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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