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거절법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게 하는, 현명한 거절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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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의 기술
1 내 마음속부터 들여다봐라 부탁 받은 일이 정말 하고 싶은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인지 잠깐 생각해보라.
2 제안에 고마움을 표하고, 거절은 예의 바르게 하라 “나한테 이런 부탁을 해줘서 고맙지만 힘들 것 같아.”
3 간단하고 단호하게 안 되는 이유를 밝혀라 단순한 핑계나 변명으로 들려서는 절대 안 된다. “생각해볼게” 등의 모호한 단어로 상대방을 기다리게 하지 말 것. 그 시간 동안 기대는 커지고 실망은 배가 된다.
4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암시를 보내라 “어쩌지? 네가 스트레스 받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은 도울 수 없어.”
5 도울 수 있다면 해결책을 제시하라 예를 들어 “두 시간 정도는 괜찮아”, “그건 나보다 OO가 전문가야.”

프랑스 작가 니콜라스 샹포르는 말했다. ‘아니오’라는 말을 입밖으로 꺼내는 능력이 자유로 향하는 첫걸음이라고. 독일의 여론조사기관인 엠니드(Emnid)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떤 요청을 받았을 때 나중에 후회할지언정 우선은 ‘네’라고 답하는 사람이 81%라고 한다. 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면서도 사람들은 왜 ‘예스’라고 답할까. 속이 편해서, 상대방의 부정적인 평가가 두려워서, 갈등을 피하고 싶어서, 잘못 판단해서, 기꺼이 돕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등등 이유는 다양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이유들은 순전히 오해다. 워싱턴대학교에서 발표한 실험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유난히 남을 돕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타인에게 반드시 더 사랑받거나 더 나은 평가를 받진 않는다’는 것. 심지어 거절을 잘 하지 못하고 돕기만 하는 사람들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스운 사람으로 비친다고 한다. 곧 ‘예스’를 남발하는 것은 자신의 심적 부담을 아주 잠깐 덜어줄 뿐이며, 너무 많은 수락은 오히려 허약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낳을 따름이다. 결국 적절한 상황에 ‘아니요’ 하고 거절하는 것은 ‘당하는’ 일을 최소화해주고, 나의 시간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다. 현명한 거절이야말로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일 뿐 아니라 더 나은 관계 형성의 중요한 키워드다.
“인생의 주인공이 되려면 거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왜냐하면 거절은 근본적으로 자아정체감과 연관이 있거든요. 자아정체감이 약한 사람은 타인의 설득이나 각종 스트레스에도 취약하죠.” 아주대학교 협상&코칭센터 센터장 김현정 교수의 말이다. 며느리, 아내, 엄마, 친구, 학부모…. 결혼 후 여자들에게는 새로운 인간관계가 열린다. 나의 자존감을 잃지 않고 관계도 해치지 않으면서 거절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김현정 교수가 각 상황별 거절의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Q 결혼 2년차 주부입니다. 남편과 늦은 휴가를 다녀오려는데 시어머니께서 함께 가자고 하네요. 주말 여행은 늘 모시고 다니는데, 이번 휴가는 저희 부부끼리 오붓하게 즐기고 싶어요. 하지만 최근에 아버님과 사별하고 혼자 계신 어머님의 상황을 아는지라 거절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머님 마음 상하지 않게 잘 거절할 수 있을까요? (방배맘, L씨)

모범답안
(남편이) “어머니, 이번엔 저희 부부만 여행 다녀올게요. 다음엔 어머님 모시고 더 좋은 데 가요. 결혼 후 처음 가는 여행인데, 일 년에 한 번쯤은 저희 부부만의 여행을 하고 싶어요.”
며느리가 직접 시어머니에게 껄끄러운 이야기를 하는 것은 NG. 무조건 남편이 나서야 한다. 며느리는 어디까지나 웃는 얼굴, 예쁜 말만 하는 착한 사람이 되는 편이 좋다. 듣기 싫은 말을 해도 내 아들이기 때문에 용서할 수 있지만 며느리는 아니다. 다만 남편에게는 둘만 여행가고 싶은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좋다. 비난을 하거나 공격하면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에 협조를 거절할 수도 있기 때문.


Q 학창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오랜만에 연락을 했는데 돈을 빌려달라네요. 통장에 잔고는 있지만, 친구 사이에 돈거래를 하기가 찜찜해요. 거절하자니 친구 사이에 금이 갈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죠? (일산맘, S씨)

모범답안
“미안한데 100만원밖에 여유가 안 되네. 그 이상은 나도 요즘 형편이 안 좋아서 어려워. 미안해.”
아주 친한 친구라면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말고 돈을 ‘줘라’. 사정이 여의치 않지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전하면서 돈을 건네면, 상대도 그 뜻을 알고 부탁을 거두거나 혹은 고맙게 받을 것이다. 앉아서 주고 서서 받는 게 빚이다.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끈질기게 돈을 빌려달라고 청한다면 그 친구는 아마도 매우 안 좋은 상황에 몰렸을 확률이 높다. 때문에 돈을 빌려주면 돌려받기 힘들다고 보면 된다. 상황이 좋아져 금방 갚을 수 있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돈도 잃고 친구도 잃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 가장 좋은 방법은 친구의 어려운 상황에는 공감을 표하되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다. 물론 당장은 서운하겠지만,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고 연락을 끊는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닐 테니까.


Q 4년째 같은 학습지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매주 하루 방문교사가 집으로 찾아와 아이와 학습지를 공부하는 방식인데, 어느덧 선생님과 친분도 생기고 딸아이도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문제는 이제 학습지를 끊어야 하는 시점이란 거예요. 학습 효율도 좋지 않고 아이도 지겨워하는 것 같아요. 문자나 전화는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선생님 얼굴을 뵈면 말이 안 나와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요. 좋은 방법이 없나요? (송파맘, Y씨)

모범답안
“선생님, 이제 아이가 많이 커서 학습지를 끊으려고요. 그간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해요.”
아이가 지겨워한다거나 학습 효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게 설령 사실이라 해도 굳이 그것을 곧이곧대로 전해 상처를 줄 필요는 없다. 미안한 마음에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면서 몰아내듯 관계를 맺고 끊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정확하게 날짜를 정해두고 학교를 졸업하듯 정리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오랜 시간 맺어진 관계이니만큼 예의를 지키는 것이 필수다.


Q 아파트에서 자주 어울리는 엄마들이 대여섯 명 있어요. 친하게 지내다보니 흠이 보였던 걸까요. 한두 사람 없을 땐 그 사람 뒷담화를 하네요. 전 그런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은데, 자리를 계속 피하기도 그렇고요. 참 좋은 사람들이라 뒷담화를 그만두게 하고 싶어요. (분당맘, L씨)

모범답안
“내가 무심한 건가? 난 잘 모르겠던데. 그 언니 그래도 oo한 건 좋더라.”
뒷담화하는 사람들과 절교할 것이 아니라면 이유는 나에게 돌리는 것이 좋다. ‘난 관심/시간이 없다’ 또는 ‘난 형편이 안 된다’는 게 좋은 거절의 기술. “왜 그런 이야기를 해? 이런 이야기는 별로 안 좋아” 하면서 상대방을 탓하게 되면 상대를 난처하게 만들고 ‘너 잘났다’는 반감을 살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뒷담화할 때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거나 화제를 전환하고 자리를 피하는 소극적 행동도 괜찮은 방법이다. 적어도 뒷담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박히게 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알아서 피할 것이다.


Q 연초부터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고 있어요. 그 모임 덕분에 저는 물론 아이도 반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문제는 한 달에 한 번이던 모임이 관계가 점차 친밀해져서인지 횟수가 부쩍 잦아졌다는 겁니다. 모임에 빠지려니 아이들 관계도 걱정되고 괜히 불안합니다. 그렇다고 꼬박꼬박 참석하려니 시간을 많이 뺏겨 부담스러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반포맘, K씨)

모범답안
“내일은 중요한 일이 있네요. 그럴 게 아니라 우리 한 달에 한번씩 모임을 만들어 만나는 거 어때요? 매주 만나는 돈을 모아 주말에 아이들 체험학습을 시켜봐요!”
어떤 모임이든 너무 잦아지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있기 마련. 이것이 비단 두 사람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다수의 문제라면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곧 거절의 문제에서 가치의 문제로 확장해야 하는 것. 이 모임에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도움이 된다면 그 안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모임을 주도하는 게 좋다. 앞으로 정례화하자거나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해보자고 제안할 수도 있다. 만약 그 시간이 별 의미가 없다면 적당히 핑계를 대면서 양해를 구하고 한두 번 빠지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자연스레 소외감을 느끼겠지만, 이는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을 지키는 대가라고 생각하면 된다.


Q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엄마가 자잘한 부탁을 너무 많이 해요. 마트 다녀올 때 호박 하나만 사달라, 유치원으로 아이 픽업갈 때 자기 아이도 함께 데려와 달라…. 몇달 전 출산을 해서 움직이기 불편한 건 알겠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아요. 얼마 전 도저히 참지 못할 부탁을 받고는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글쎄, 다가올 아기 돌잔치에 와서 잔일을 좀 거들어달라네요. 저밖에 해줄 사람이 없다고 통사정하는데, 어쩌면 좋죠? (목동맘, S씨)

모범답안
“돌잔치에서 oo정도는 도와줄게. 하지만 그날이 토요일 낮이라 나도 바쁜 일이 있어서 다른 일은 도와주기 힘들 것 같아.”
친하다는 이유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방을 생각하고 배려해야 하는 법이다. 거절도 마찬가지다.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이유를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 정 때문에, 미안해서, 친해서 등등의 이유로 시간을 오래 끌거나 어물쩍 둘러대다보면 거절에도 실패하고, 친분도 무너지기 쉽다.


Q 요즘 아이가 점점 막무가내입니다. 얼마 전에는 마음에 드는 옷을 입지 않으면 학교에 안 가겠다고 떼를 쓰더니, 한번은 말도 없이 학원을 빠졌더라고요. 부모가 아이 요구를 잘 거절하는 방법도 있을까요? (반포맘, C씨)

모범답안
“요즘 무슨 고민 있어? 엄마가 네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게 뭔지 한번 얘기해봐.”
이 경우는 거절보다는 아이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 필요하다. 세 살배기 아이가 “이 옷 싫다”고 하면 정말 그 옷이 싫은 거지만,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아이의 말을 단순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아이의 요구가 아니라 욕구를 찾아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더 예쁜 옷을 입고 가서 아이들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구, 학원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놀고 싶은 욕구를 확인한다면 무조건 거절하고 혼내는 것만이 상책은 아니다. 아이가 진정 바라는 것은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다.

에디터:이영민 | 월호:2016년 12월호 | 업데이트:2016-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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