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라이프를 이해하다

북유럽의 모임 문화, 휘게·피카·허젤러흐
UN이 발표한 ‘세계 행복지수 2016’에 따르면 상위에 랭크된 나라는 대부분 북유럽 국가들이다.
높은 복지 수준이나 교육 혜택은 기본이고, 편안하고 안락한 라이프스타일과 이를 향유하는 문화가 깊이 자리잡았기 때문.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덴마크의 ‘휘게’, 스웨덴의 ‘피카’, 네덜란드의 ‘허젤러흐’이다.
각각의 특징과 의미를 각 나라 대사들을 만나 직접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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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콤한 디저트와 커피도 빠질 수 없다. 유럽인이 연평균 4.1kg의 단것을 섭취하는 반면 덴마크인은 8.2kg를 섭취할 정도.
자신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건강한 식습관이라는 의무를 잠시 내려놓는 것도 휘게다.
2 나무로 만든 아이템 역시 휘게에 중요한 요소. 카이 보예센의 나무 원숭이 장난감도 휘겔리한 아이템이다.

‘촛불 옆에서 마시는 핫초콜릿 한 잔’ 같은 편안함
덴마크의 휘게 라이프
지금 전 세계가 ‘휘게(Hygge)’에 주목하고 있다.
BBC는 ‘휘게: 덴마크로부터 배우는 마음 따뜻해지는 수업’이라는 제목으로 ‘휘게’를 소개했고, 《2017 라이프 트렌드》에서는 휘게에 눈뜬 한국인에 대해 언급했다.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행복지수 조사에서 덴마크 사람들이 매년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이유를 ‘휘게’로 꼽은 것이다.
휘게란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좋은 것을 즐기는 따뜻한 분위기 혹은 일상의 소박함을 즐겁게 누리는 행위를 뜻한다.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의 저자 마이크 비킹은 “휘게는 사물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정취나 경험을 의미해요.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느낌과 관련이 있죠. 퇴근 후, 아늑한 공간에서의 차 한 잔이나, 요리를 만드는 과정은 엉망이었지만 함께해서 즐거운 저녁시간 같은 느낌 말이에요” 라고 설명한다.
다른 북유럽 국가들에도 휘게와 비슷한 개념이 존재하지만, 덴마크의 휘게는 가까운 사람과 함께하는 ‘관계’에 조금 더 집중한다.
덴마크인들이 휘게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공간을 집이라고 답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자연스럽게 휘게의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인테리어와 연관된다.
초 없는 휘게는 팥 없는 팥빵이라 불릴 정도로 덴마크 사람들은 휘게 하면 가장 먼저 초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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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케아에서 구입한 왁스 캔들. 100% 왁스로 그을음이나 촛농이 생기지 않아 실용적이다.
2 양털이나 면으로 만든 아늑한 담요와 쿠션도 휘겔리한 분위기 연출에 좋다.
3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의 저자이자 코펜하겐에 위치한 행복 연구소 CEO인 마이크 비킹.

주한 덴마크 대사 토마스 리만은 “초는 거실에만 있지 않아요. 어디에나 있죠. 햇살이 비치는 낮에도 초에 불을 붙여요.
초를 단순히 빛을 밝히는 용도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행복과 편안함을 위해 사용해요”라며 “분위기를 깨는 사람은 촛불을 끄는 사람”이라는 덴마크 속담을 소개한다.
조명도 휘겔리한 아이템의 하나다. 토마스 리만 대사는 한국인들이 천장의 강력한 불빛을 선호하는 반면, 덴마크인들은 플로어 램프나 테이블 램프를 집 안 곳곳에 배치한다고 설명한다.
은은한 불빛만으로도 휘겔리한 느낌이 금세 완성되기 때문이다.
또, 덴마크에서는 일과 가정이 균형을 잘 이루고 있기 때문에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자연스럽게 행복해진다고도 덧붙였다.
오후 6시에는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 덴마크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덴마크의 집들은 주방과 식탁이 함께 있어요. 음식을 조리하는 순간도 휘게에 있어 중요하기 때문이죠. 주방, 거실, 아기방 등 세세하게 공간을 구분 짓지 말고 여러 공간을 통합해서 사용하면 더 휘겔리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토마스 리만 대사는 갈등과 고민을 잠시 제쳐두고 휘게를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행복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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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속 휘게
휘게 라이프를 위한 5가지
1. 안락한 공간
2. 공간을 밝힐 초
3. 나무로 만든 가구들
4. 장작이 타는 소리
5. 자연을 담은 색상

휘게 10계명
1 조명을 조금 어둡게 한다.
2 현재에 충실한다. 휴대전화를 끈다.
3 커피, 초콜릿, 쿠키, 케이크, 사탕.
4 나보다는 우리. 뭔가를 함께 하거나 TV를 함께 시청한다.
5 만끽하라. 오늘은 인생의 최고의 날.
6 우리는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당신을 좋아한다. 당신이 무엇을 성취했든 뽐낼 필요가 없다.
7 편안함을 느낀다. 휴식을 취한다. 긴장을 풀고 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8 감정 소모는 그만. 정치에 관해서라면 나중에 얘기한다.
9 추억을 이야기하며 관계를 다진다.
10 이곳은 당신의 세계이며 평화롭고 안전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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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웨덴 대사 안 회르군드가 딸 프레드리카, 딸의 친구 킴과 함께 피카 타임을 즐기는 모습.
2 애플 케이크는 피카 타임에 빠질 수 없는 간식 중 하나. 스웨덴에서는 사과나무를 정원, 과수원, 공원 등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3 따뜻한 느낌이 가득한 가구들은 모두 이케아 제품이다.

커피와 이야기가 있는 휴식시간
스웨덴의 피카 타임
스웨덴 사람들은 아무리 바빠도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피카(Fika)’ 타임을 빼놓지 않는다.
피카는 커피를 뜻하는 스웨덴 단어로, 커피에 과자와 빵을 곁들여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일상의 쉼표 같은 문화다.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덴마크의 휘게 문화와 달리 스웨덴 사람들은 피카를 즐기는 시간 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긴다.
주한 스웨덴 대사 안 회르군드는 “스웨덴 아이들이 ‘헤이(hej, 안녕하세요)’와 ‘탁(tack,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배우는 단어가 피카예요. 피카는 함께 뜻깊은 시간을 갖기 위해 잠시 짬을 내는 사회적 현상이죠. 아침부터 저녁까지 언제라도, 회사든 카페든 어디서라도 피카를 즐길 수 있어요”라고 피카를 소개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세계 어디에서든 ‘피카’라는 단어가 번역되지 않고 그대로 사용되기를 원한다.
피카에 담긴 본연의 의미를 잃고 단순히 커피 한잔하는 휴식시간으로 이해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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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따뜻한 느낌이 가득한 가구들은 모두 이케아 제품이다.
2, 3 추운 겨울이면 장작이 타는 벽난로 앞에서 피카 타임을 즐긴다는 안 회르군드 대사.

스웨덴의 직장인들은 대개 오전과 오후 한 번씩 피카 타임을 갖는다.
한국에서도 점심식사 후 커피를 함께 마시는 경우가 많다. 차이는 덴마크사람들에게 커피는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도구라는 점이다.
안 회르군드 대사 역시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매일 시간을 내서 피카 타임을 즐긴다. 이 시간을 위해 얼마 전 푹신한 이케아 소파도 구입했다.
“피카타임에서는 피카에 곁들여 먹는 달콤한 간식이 가장 중요해요. 스웨덴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커피와 달콤한 먹거리를 가장 많이 소비합니다. 손님을 초대할 때는 커피와 함께 7종의 쿠키를 준비하는 것이 오래된 풍습이에요.”
바쁜 그녀를 대신해 이날 피카타임에 사용할 시나몬 번과 애플 케이크는 그녀의 남편이 직접 준비했다.
남녀가 평등한 스웨덴에서는 흔한 일이다. 딸 프레드리카는 “아빠나 엄마 중 먼저 퇴근한 사람이 피카를 준비해요.
요리를 엄마가 주로 하는 한국 문화와는 좀 다르죠” 라고 말한다. 안 회르군드 대사는 피카를 즐길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휴대전화를 멀리 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피카를 즐기는 동안 핸드폰은 쳐다보지 않아요. 내 앞에 앉아 있는 상대방에 오롯이 집중하기 위해서죠.”
커피와 달콤한 케이크를 나누는 피카 타임은 서로를 배려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인스타그램 속 피카
피카를 즐기기 위한 5가지
1. 달콤한 케이크
2. 아늑한 공간
3. 노르딕 패턴의 티폿 세트
4. 부드러운 카페라테 한 잔
5. 직접 만든 시나몬 번



1 직접 만든 애플케이크. 커피와 특히 잘 어울린다.
2 집 안을 마음에 드는 물건들로 꾸미는 것도 허젤러흐를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1800년대의 시계도 집의 일부가 되었다.
3 네덜란드 대사 로디 엠브레흐츠와 부인 크리스틴의 모습.

맛있는 음식과 꽃이 있는 테이블로의 초대
네덜란드의 허젤러흐 라이프
“추운 겨울에도 집 안 곳곳에 꽃을 두죠. 꽃 덕분에 ‘허젤러흐(Gezellig)’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튤립들은 암스테르담 꽃시장에서 튤립을 구입하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줘요.”
주한 네덜란드 대사 로디 엠브레흐츠는 꽃 이야기부터 꺼냈다.
1주일치 꽃을 주말에 몰아서 사는 것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오래된 전통 중 하나. 그래서 네덜란드 가정집들은 언제나 꽃들로 가득하다.
네덜란드사람들에게 꽃은 편안하고 따스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소품이다.
네덜란드어인 ‘허젤러흐’는 안락하고 운치 있으며 좋은 것들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소중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바로 허젤러흐의 핵심이다.
“허젤러흐는 집의 따뜻함, 주변에 있는 물건 혹은 친구들과 느끼는 좋은 감정이에요.”



1 트리에 달린 장식은 아내와 함께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하나씩 모은 것들.
2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 들어가는 소리 또한 허젤러흐를 느끼게 한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허젤러흐를 즐길 수 있는 것은 교육과 연관이 되어 있다.
네덜란드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이 누구인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찾는 법을 배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허젤러흐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
로디 대사는 “네덜란드에선 공부를 잘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A 대신 C를 받아도 괜찮아요. 시험을 통과했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공부하는 대신 좋아하는 취미를 즐겨요. 허젤러흐한 시간이죠”라며 허젤러흐를 설명한다.
“제 기억에 가장 강하게 자리잡은 허젤러흐는 홈파티를 열었던 때예요. 아버지가 요리를 잘하셨기 때문에 이웃들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었죠.”
이처럼 허젤러흐는 덴마크의 휘게보다 사교에 더 신경을 쓴 개념이다.
친구(gezel)라는 네덜란드 말에서 비롯된 허젤러흐(gezellig)는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더 초점을 둔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축구 경기 중 쉬는 시간에 커피 마시기, 자전거를 타고가다 광장에 멈춰 서서 대화 나누기 등 집 밖에서도 허젤러흐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로디 대사는 허젤러흐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시간을 내는 것’이라 말한다.
“바쁠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허젤러흐를 느낄 수 없어요. 친밀감이란 시간을 들여서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무언가를 함께 해야만 공유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것에서 기쁨을 느끼고 순간순간을 음미하는 삶이 바로 허젤러흐 그 자체이다.



인스타그램 속 허젤러흐
허젤러흐를 완성하는 5가지
1. 유기농으로 만든 초들
2. 공간 어디에나 꽃이 함께한다
3.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하기
4. 면으로 만든 쿠션과 담요
5. 가족과 함께 먹는 저녁식사




에디터:한혜상 | 월호:2016년 12월호 | 업데이트: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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