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호텔에서의 하루

고래등같이 높고 화려한 건물, 들어가는 것만으로 위화감이 드는 초 럭셔리 호텔보다는 조용한 독채 펜션이나 작은 호텔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칼럼니스트 장미성이 호텔 체인의 마일리지 적립을 과감히 포기하고 찾은 런던과 파리의 작은 호텔을 소개한다.
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사람이라면 대개 선호하는 호텔 체인이 하나쯤은 있다. 백화점에서 구매 이력에 따라 등급이 올라가듯 호텔 체인도 이용횟수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베네핏도 달라진다. 사실 나도 늘 가는 체인 호텔로 예약하고, 조식이나 레이트 체크아웃 등 베네핏을 받으며 뿌듯해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별다방의 골드 카드를 갖기 위해(혹은 유지하기 위해) 무수한 커피 전문점의 유혹을 뿌리치고 별다방을 찾아가는 것같이. 하지만 이제 별다방은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늘어났고, 때문에 커피 맛이나 인테리어가 독창적인 작은 카페에 시선을 돌리게 된다. 작은 호텔이 주는 느낌이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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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분위기의 호텔 컨시어지. 편한 차림의 직원들을 마주하니 긴장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에이스호텔의 기념품까지 구입 가능.

에이스호텔
대표적인 부티크 호텔. 1999년 시애틀의 오래된 구세군 보호소 건물을 개조해 문을 연 작은 호텔이다. 에이스호텔은 지역 문화를 반영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전 지점을 각 나라의 감성에 맞아떨어지게 디자인해 호텔 자체가 컬렉션이 된 느낌이다. 특히 에이스호텔은 도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개발이 덜된 지역을 택해 지점을 확장해나가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런던의 에이스호텔도 그렇다. 런던의 금융 중심지인 시티와 가까이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낙후했던 쇼디치 지역에 들어섰다. 체크인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 데스크로 갔더니 전날 꽃시장에서 산 수국을 들고 있던 나에게 “꽃이 정말 느낌 있다”며 마치 친구처럼 말을 건넸다. 격식은 갖추지만(영혼은 없는) 틀에 박힌 인사를 건네는 대형 호텔 체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응대였다. 룸으로 들어서니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형적인 호텔 객실과 달리 팬시하게 꾸며놓아 대학시절 친구 방에 놀러온 듯한 느낌이 든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런던 주택가의 평범한 모습 그대로다. 커튼을 걷자마자 랜드마크가 눈에 확 들어오는 뷰는 아니지만 런던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문의 www.aceho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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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준 독특한 호텔입구.
2, 3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해가 잘 들고, 뷰가 좋다. 차 한 잔 하기 딱 좋은 간이 테이블. A.P.C와 콜라보한 패치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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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호텔
69파운드라는 놀라운 가격에 예약한 큐빅호텔. 와이어를 꼬아 만든 컬러풀한 큐빅 로고가 붙은 입구를 지나자 프론트 데스크가 나온다. 간이 책상 하나 달랑 놓고, 직원이 그곳에서 체크인을 도와준다. 불필요한 과정과 공간은 과감하게 생략한 느낌이다. 소박한 프론트 데스크에 비해 룸은 꽤 넓다. 전체적으로 알록달록한 색감이 재미있다. 창문을 열면 작은 공원과 바쁘게 움직이는 런더너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보인다. 로비에도 따로 라운지는 없고, 룸서비스가 가능한 카페 겸 레스토랑만 있다. 살인적인 런던의 호텔비를 생각하면 이 가격에 이렇게 깨끗한 룸을 구하기는 힘들다. 특히 선데이 마켓이 열리는 브릭레인, 스피탈필즈 마켓과 아주 가까워서 구경할 거리도 많다. 큐빅호텔은 암스테르담에도 있다.

문의 qbichotels.com


1 층마다 커피 머신과 테이크 아웃 컵이 구비돼 있어 로비에 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딱 좋다. 스칸디나비아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구 구경은 덤.
2 ‘큐빅’이란 이름에 걸맞은 연출.
3 화려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깔끔한 룸 인테리어. 방마다 걸린 침대 헤드 위 그림이 하나의 오브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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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브릭호텔
중심가에선 떨어져 있지만 한창 뜨고 있는 리퍼블리크나 바스티유 등으로 이동하기 편해서 만족스러웠던 곳. 오래된 섬유공장을 개조해 만들었다는데 그래서인지 로비 곳곳에 오래된 재봉틀과 실패 등을 자연스럽게 두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했다. 조금 무뚝뚝하게 느껴지던 파리 중심가 호텔의 호텔리어들과 달리 섬세하고 친절하게 맞아주는 직원들도 좋았고, 로비와 닿아 있는 레스토랑 한켠에 24시간 이용 가능한 티와 커피, 마들렌이 준비돼 있어 더 좋았다. 차분하고 조용한 공간이었던 로비와 달리 룸은 인더스트리얼과 북유럽 가구, 소품들으로 산뜻하고 경쾌하게 꾸몄다. 좁은 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파리 호텔답지 않게 욕실엔 욕조도 있다. 대로변보다는 한두 블록 안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 부티크 호텔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현지인들의 생활이 묻어나는 곳과 인접해 있어 좋다.

문의 www.hotelfabric.com


1 섬유공장으로 사용했던 건물의 역사를 빈티지 인테리어로 활용한 패브릭호텔.
2 1층 로비는 아침엔 조식 레스토랑, 저녁엔 바로 운영 중이다. 3 큰 창과 높은 천장, 컬러풀한 패턴이 돋보이는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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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스턴호텔
런던의 센트럴인 홀본 지역과 암스테르담 외에 2016년에는 파리와 뉴욕에도 문을 열 예정이다. 내가 런던 여행에서 베이스 캠프로 삼았던 호텔이다. 특히 이곳은 코벤트 가든, 소호, 옥스포스 서커스 등 런던 시내 어지간한 곳은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위치가 좋다. 대부분 런던의 호텔이 그렇듯 룸은 작았지만 작은 공간을 알뜰하게 살려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과 아이디어가 엿보인다. 투숙객 누구에게나 조식을 제공하는데 룸 안에 비치된 작은 쇼핑백에 인원수와 시간을 적어 문 옆 고리에 걸어두면 다음 날 아침 원하는 시간에 맞춰 조식을 갖다준다. 1인당 바나나 1개와 그래놀라가 든 요구르트, 오렌지 주스 1병을 주는데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1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바삭한 크로아상과 커피를 주문해도 된다.

문의 thehoxton.com


1 반갑습니다. 여기는 혹스턴호텔입니다.
2 원하는 시간에 문 앞까지 가져다주는 조식.
3 심플한 멋이 있는 혹스턴호텔 외관.
4 모던한 분위기의 로비.
5 런던의 살인적인 물가를 생각하면 이 정도 침실은 베리 굿.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렸다는 아기자기한 벽지도 굿.
6 세련된 로고가 박힌 종이백은 기념품으로 겟.







WISH LIST

1 인디고 방콕 in Bangkok

전 세계 유명 호텔은 모두 들어와 있는 호텔 업계의 격전지 방콕에서 2015년 오픈한 인디고 호텔은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룹에서 런칭한 부티크 호텔 브랜드로 레트로 방콕을 테마로 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명품 쇼핑몰 센트럴 엠버시가 있는 칫롬 지역에 있어 위치도 굿. www.ihg.com/hotelindigo

2 에이스호텔 in L.A.
천사의 도시 L.A.에도 에이스 호텔이 상륙했다. 1927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원래 극장과 석유 회사의 사무실로 사용됐다. 클래식한 화이트 몰딩과 블랙 철제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LP로 장식한 벽, 스메그 냉장고, 주방시설을 완비한 복층 룸에 심지어 루프탑 풀도 있다. 새롭게 떠오른 로망 같은 공간.

3 노마드호텔 in NEWYORK
에이스호텔의 하이엔드 버전. 파리의 아파트를 재현한 듯한 인테리어와 노마드 호텔에만 단독 제공되는 프로방스의 배스 어매니티, 1층에는 미슐랭 가이드 스타 셰프인 대니얼 험이 이끄는 레스토랑 아트리움이 있고, 건물 입구에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메종 키츠네가 입점해 있다. www.thenomadhotel.com

4 네스트호텔 in INCHEON
인천 영종도에 있는 국내 최초의 디자인 호텔. 인스타그램에서 화이트 일색인 네스트호텔 사진만 보면 누구나 “어느 나라예요? 호텔 이름은요?”라는 댓글을 남기게 된다. 인천공항과 인접하니 여행 가는 기분으로 한번 들러봐도 좋을 듯. 갈대밭과 어우러진 풍경은 한 장의 그림엽서 같다. www.nesthotel.co.kr

에디터:류창희 | 월호:2015년 9월호 | 업데이트:201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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