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을 위한 초록빛 위로

우리는 회색 도시 안의 삶에 익숙해져 자연과 함께 사는 기쁨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게 아닐까. 오브제의 성공 그리고 7년 휴식 후 돌아온 패션디자이너 윤한희, 강진영 부부는 말한다. “원한다면 어디든 얼마든지 오아시스가 될 수 있고, 푸른 정원이 될 수 있다.”
‘퀸마마’로 돌아온 디자이너 윤한희
도산공원을 앞마당 삼아 지은 4층짜리 편집숍에 쏠리는 관심은 다시 돌아온 ‘오브제(Obzee)’의 윤한희 강진영 부부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숨가쁘게 한국 패션계를 이끌던 이 디자이너 부부가 7년간 휴식하며 느낀 생각과 이야기들을 담아낸 ‘퀸마마 마켓’이 8월 14일 오픈한 것이다. 한때 패션 브랜드는 모두 오브제처럼 되고 싶어하고, 디자이너는 모두 윤한희, 강진영 같은 스타 디렉터가 되길 원하던 시절이 있었다. 1993년 이 부부 디자이너의 등장은 한국 패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일대 사건이었다. 대학시절 만난 두 사람은 보헤미안의 본고장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학 후 국내에 오브제를 런칭해 뉴로맨티시즘의 시대를 열었다. 여성복 트렌드를 리딩했으며 결국 뉴욕 패션위크까지 진출했다. 당시 오브제 하면 뉴욕의 어떤 컨템포러리 브랜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우리 브랜드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 오브제가 SK네트웍스에 인수된 2007년부터 휴식기에 들어갔던 부부가 새로운 삶의 방향을 가지고 돌아온 것이다.

‘어반 그린 라이프 문화공간’을 표방하는 퀸마마 마켓의 건물은 여백의 미가 아름다운 인더스트리얼풍의 갤러리 형태로, 윤한희 강진영 부부는 자신들의 직관과 주관에 따라 가치 있는 소비재들(아름다운 의식주를 위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뷰티 제품과 식음료)을 큐레이팅해 그 안을 채웠다. 그 중심에 자리잡은 것은 식물. 패션디자이너가 주축이 된다는 점에서 언뜻 레이 카와쿠보가 진두지휘하는 런던의 대표 편집숍 도버 스트리트 마켓을 연상할 수 있다. 사실 지금 서울이라는 도시에 가장 필요한 건, 힙한 브랜드를 소개하는 또 하나의 편집숍이 아니라(이는 직구로 너무나 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을뿐더러 온라인의 가격 경쟁력을 이길 수 없다) 서울 하면 떠오르는 상징성 있는 패션 문화 공간일 것이다. 윤한희 강진영 부부는 그 답을 자연에서 찾은 것 같다. 윤한희씨는 이번 프로젝트를 디렉팅하며 자신을 ‘퀸마마’로 일컬었다. 이 푸근한 이름에선 더 이상 날선 패션 트렌드의 선봉자이기보다는 도시 속에 자연의 공기를 불어넣고, 상업공간에 예술을 불어넣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베리띵즈와 협업하여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식물 기획’을 해놓은 퀸마마 마켓은 과연 서울이라는 도시의 숨통을 트이게 하면서도 서울 스타일을 집약해놓은 뉴 플레이스라 할 만하다. 퀸마마 마켓은 앞으로 계속해서 서울의 멋진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 좋은 생활용품과 방식들을 발굴하고 제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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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마마 마켓은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도산공원 옆에 패션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는 숍을 시작하며 오로지 주관과 직관으로 콘텐츠를 구성했어요. 그래야 이 공간이 상업적 목적만이 아닌, 가치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공간으로 오랫동안 지속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 퀸마마 윤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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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 Super+Garden전이 열리는 1층.
2 퀸마마 마켓으로 들어서는 서정적인 입구.
3, 5 앞치마를 두르고 여유로운 가드너로 손님들을 맞은 윤한희 강진영 부부.
6 론칭 첫날 ‘반려식물 입양하기’라는 따뜻한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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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3 세련되게 플랜팅된 식물을 패션 쇼핑하듯이 고르고, 합리적이면서도 디자인이 아름다운 생활용품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식물은 삶을 가꾸어준다
지금 퀸마마 마켓의 1층 전시공간에서는 장태훈, 김동훈, 김도현이 이끄는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제로랩(Zero Lab)’과 윤숙경씨가 이끄는 식물 기획 그룹 ‘베리띵즈(Verythings)’가 손잡은 슈퍼가든(Super+Garden) 전이 열리고 있다. 런던의 원예 농장을 연상시키는 온실 형태의 철제 빔 설치물에 식물과 가드닝 제품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다. 사이사이를 거닐며 구경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데, 그 끝에는 가로수길의 핫한 주스바 ‘노박주스’의 팝업 스토어가 열리고 있다. 앞으로도 퀸마마 마켓 1층은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이 손을 잡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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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 6 레어한 뷰티 아이템과 향초 등을 느리게 쇼핑할 수 있는 섹션.
7 팝업 스토어로 오픈했던 노박주스.
8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해주는 제품들을 공유하는 퀸마마 마켓. 바쁜 도시 삶 속에서 노동의 즐거움과 초록빛 휴식을 선사한다.


생활용품의 쓰임과 그 아름다움
1층에서 올려다보면 다락방같이 보이는 공간이 있는데, 이를 메자닌이라 부른다. 이곳에서 향초, 디퓨저, 보디용품과 뷰티제품 등 향과 관련한 제품들을 판매한다. 지하에는 유미코 이호시와 이즈마야 등 일본 디자이너와 지승민의 ‘공기’ 등 심플하고 젠 스타일의 테이블을 연출할 수 있는 그릇들을 소개한다. 패션디자이너이던 윤한희, 강진영 부부가 리빙, 푸드, 뷰티까지 저변을 넓힌 것이다. 그녀는 퀸마마 마켓에 담길 물건을 느리고 신중하게 골랐다고 한다. 비싼 것이든 저렴한 것이든 시각적으로 아름다워야 하고 원래의 쓰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선택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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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물들을 적재적소에 디스플레이한 퀸마마 마켓.
2 드레스 룸에도 초록빛 식물이 가득하다.
3 천장으로부터 장식된 식물들과 디자이너 강진영이 선보이는 새 브랜드 GENE KEI가 근사하게 어우러졌다.


서울 스타일을 말하는 패션 & 라이프 프로젝트
3층은 디자이너 윤한희가 퀸마마로서 디자인한 자체 패션 브랜드 ‘퀸마마 스튜디오(QMM Studio)’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디자이너 퀸마마의 스타일과 취향이 반영된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2층에서는 디자이너 강진영이 7년 공백을 깨고 선보이는 ‘Gene Kei’라는 브랜드가 소개된다. 지난 7년의 휴식기 동안 뉴욕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며 디자이너로서 심도 깊은 고민을 했던 강진영이 선택한 디자인 코드는 ‘어반 보헤미안’. 패션뿐 아니라 함께 소개되는 리빙 제품도 그의 감성을 닮은 보헤미안 터치의 제품들로만 구성했다. 대부분 삶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정리해주는 제품들이다.







4, 5 연희동의 메뉴팩트가 자리잡은 온실 분위기의 4층은 강남의 명소가 될 듯.
6 희귀한 식물을 구입하고 싶다면, 퀸마마 마켓으로 향할 것.


EAT, PLAY, LOVE
지하 1층은 선큰(Sunken: ‘움푹 들어간, 가라앉은’의 뜻으로 지하에 자연광을 유도하기 위해 대지를 파내고 조성한 공간) 테라스에 들어오는 자연광이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곳에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설 예정인데, 싱싱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가족과 친구 또는 이웃과 부담없이 나누며 편안하게 따뜻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높은 박공지붕의 4층은 온실 식물원을 연상시킨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도산공원을 마치 앞마당처럼 누릴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손님들이 거대한 테이블 하나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곳의 커피는 김종필, 김종진 형제가 책임진다. 그들이 직접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 ‘메뉴팩트’는 커피를 향한 열정과 집념으로 커피 제조부터 핸드 드립까지 모두 직접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희동의 매뉴팩트가 도산공원에 오픈한다는 소식에 퀸마마 마켓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

퀸마마 마켓
문의
www.queenmamamarket.com, 070-4281-3372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6길 50
영업시간 : 오전 10:30~오후 8:00(일요일은 휴무)

에디터:김윤아 | 월호:2015년 9월호 | 업데이트:201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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