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이

젊음을 아름다움의 절대기준으로 삼고 있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시니어의 뷰티 라이프에서 새로운 롤모델을 찾아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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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미어코트 에스카다, 팬츠와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나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배우 예수정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예순셋의 예수정은 화장기 하나 없는 말간 얼굴에 화이트 셔츠, 스니커즈 차림이었다.
드라마 <공항가는길>과 영화 <부산행>, 그리고 다수의 연극에서 묵직한 배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그녀지만, 실제로는 재미있는 이야기엔 콧등을 찡그리며 크게 웃고, 어색하면 혀를 쏙 내미는 장난기 많은 소녀 같았다.
평소 분 한번 바르지 않는다는 그녀는 촬영을 위해 한 옅은 메이크업조차도 어색해했다.
지난해 연극 <하나코>를 하면서 하얗게 탈색했다는 머리카락 안쪽으로 하얗고 검은 머리들이 두서없이 자라나고 있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신비스럽고 묘한 그녀의 매력을 더했다.

“워낙 자유롭고 열린 마음으로 사는 스타일이지만 가끔 행동이 조심스러워질 때가 있죠. 새우깡을 먹다가도, 으하하하 웃다가도 누가 있으면 금세 행동을 고치거든요. 이 사회에는 ‘나이에 걸맞은’이라는 행동 규정이 있으니까. 그래서 어떤 행동도 마음껏 드러내며 하는, 자연스러운 사람이 좋아요. 후배 여배우들을 보면 젊음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마음껏 실수하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것이 부럽죠.”

그래서 그녀가 요즘 하는 고민도 ‘어디까지 자연스럽게 살 수 있을까’이다.
그녀는 배우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화장품, 예쁜 옷, 구두, 가방 등 쇼핑엔 통 관심이 없다.
욕심내지 않고 나답게 소비하고 심플하게 사는 것이 그녀가 추구하는 ‘삶’이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좋아요. 가진 게 많지 않아도, 못 배워도 행복한 사람. 그런 사람들을 따라가다보면 결국엔 ‘자연스러운’ 사람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계절의 변화에도, 골목길에 핀 꽃 한 송이에도 쉽게 감동하는 그녀는, 극중 배역을 통해 실제 자신보다 훨씬 사람다운 인생을 살 수 있어 또 다행이라고 말한다.

"어디까지 자연스럽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해요.
욕심내지 않고 나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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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수트 로우클래식, 블랙 펌프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삶
발레리나 최태지

길고 가는 팔과 다리, 여느 20대 여자보다 더 가는 허리, 그리고 말할 때의 손짓이나 자세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기품과 우아함이 남다른 최태지.
“발레를 내려놓은 지는 벌써 20년이나 됐어요. 국립발레단 단장을 하고부터는 식단관리나 운동, 몸매관리를 할 시간
여유도 없었죠. 그래도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린시절부터 꾸준히 해온 발레가 내일모레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꽤 괜찮은 몸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된 것 같아요.”

우리 몸의 기억력은 탁월하다.
그래서 꼭 프로 발레리나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균형잡힌 몸매로 키우고 싶다면 어릴 때부터 발레를 가르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몸매가 늘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혹독하게 식이요법을 해온 탓에 첫아이를 갖자마자 발레에 대한 모든 것을 내려놓았고 몸무게가 80kg까지 불었다.
결국 둘째아이를 낳고는 다시 발레 바를 잡았다.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생각했죠. 그 이후로 살을 빼려고 에어로빅부터 헬스까지 안 해본 운동이 없어요. 그러다가 다시 발레 바를 잡고 기초부터 천천히 시작했죠. 그렇게 3~4개월이 지나니까 자연스럽게 원래 몸으로 돌아오더라고요.”
그 당시 최고의 선생님은 ‘거울’ 이었다.
전신거울 앞에 서면 몸, 얼굴뿐 아니라 표정, 옷, 태도까지 점검하고 더 아름다워 보이는 방향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하게 되기 때문.
그 이후로는 식이요법이나 심한 운동을 한 적이 없다.
그저 스트레칭이 조금 부족해서 8년간 필라테스를 했고 2년 전부터는 시간 날 때마다 명상을 하는 정도.

“예전에 프랑스에 갔을 때 꽤 유명한 발레리나가 운영하는 기초 발레교실에 할머니가 오셔서 수업 받는 것을 봤어요. 다리도 잘 안 올라가고 포즈도 잘 안 되지만 정말 행복한 표정을 짓고 계셨어요.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죠.”
인위적으로 젊게 살려고 애쓰기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조금씩 자신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삶.
그것이 그녀가 꿈꾸는 웰 에이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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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커팅 소매 블라우스 렉토, 블랙 플레이어스커트 럭키슈에뜨.

"인위적으로 젊게 살려고 애쓰기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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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에서 샘솟는 새로운 영감
21드페이 대표 이혜경

자그마한 체구인데도 발끝까지 오는 샤넬 빈티지 코트를 입은 모습이 더없이 멋지다.
“얼굴이나 몸이 늙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나이 들면서 생기는 변화는 받아들여야죠. 하지만 멘탈이 나이가 들면 패션계에서는 은퇴해야 해요.”
이혜경 대표는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젊은이들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하게 알고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최근 홈쇼핑에 드페이 블랙을 론칭한 것 역시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너무 많이 알아보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해요. 하지만 전 일단 도전하라고 말하죠. 특히 60대에 들어서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어요. 누구나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될 텐데,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시작조차 할 수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변화가 빠른 패션 업계에 있는 만큼 새로운 것을 거침없이 받아들이고 일단 해보자는 것이 그녀의 신조다.
“요즘엔 젊은 나이에 너무 많은 것들을 빨리 이루려고 해요. 그래서 실패하지 않는 데만 집중하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 내가 겪은 실패와 좌절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답니다. 실패하더라도 일단 해봐야 직성이 풀리니까. 계속 도전하다보면 언젠가는 성공하는 날이 오죠.”

스타일링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시니어들에게, 나이에 연연해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는 것을 망설이지 말라고 당부한다.
어떤 스타일이든 일단 입어봐야 내가 소화할 수 있는지, 나에게 어울리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
“젊었을 때는 정말 많이 입어봤어요. 무조건 입어보는 거죠. 그러면서 내 스타일과 나한테 어울리는 컬러, 옷을 찾았어요. 물론 아직도 입어보고 찾고 있죠. 뭐 가끔 스타일링에 실패할 때도 있고요.”
단, 나이를 먹을수록 ‘버리기’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쁜 것을 더하기보다는 예쁘지 않은 것들을 하나씩 빼나가라는 것.
‘편안한’, ‘헐렁한’ ‘심플한’ 옷만 찾기보다는 이를 나만의 독특한 SWAG 스타일로 발전시키는 것, 소재와 디테일에 집중해 남들과 다른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이 그녀가 말하는 시니어 시크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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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은 모두 소장품.

"실패하더라도 일단 해봐야 직성이 풀리니까.
계속 도전하다보면 언젠가는 성공하는 날이 오죠."





에디터:이영민, 성정민 | 월호:2016년 11월호 | 업데이트:201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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