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 Korea

압구정 미시 최은경과 이태원 미시 안선영. 내숭, 가식, 허세 없는 3無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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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말 잘하고 끼 많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이 방송가이지만 그 속에서도 최은경과 안선영의 ‘말발’은 단연 돋보인다. 그 남다른 재능을 십분 살려 두 사람이 최근 <미시코리아>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다. 청취자 댓글을 보면 ‘오늘만 사는 사람들 같다’, ‘웃다가 겨드랑이가 다 축축해졌다’, ‘애 재우고 듣는 중인데 웃겨서 기절하는 중 알았다’ 등등 하나같이 정말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도대체 방송을 어떻게 하기에 이토록 반응이 폭발적일까. <미시코리아>는 일단 주제부터 남다르다. ‘전국노화자랑’, ‘멜로보다 에로’, ‘쇼 미 더 다이어트’, ‘하고 싶다 로맨스’ 등 여자들의 은밀하고도 화끈한 관심사들이 가감없이 등장한다. 기성 방송과는 달리 수위 조절이 자유로운만큼 두 사람의 멘트 또한 거침이 없다. 여기서만큼은 자연인 최은경과 안선영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일상과 생각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덕분에 한두 번 들어본 사람은 ‘남 얘기 같지 않다’며 곧 단골 청취자가 되는 식이다. 그 얘기 직접 한번 들어보려고 각각 결혼 18년차, 4년차인 두 사람을 만났다. 두 사람이 준비해온 강정과 김밥 보따리를 풀어놓고 시작한 이날의 인터뷰는 마치 오래 정 나눠온 여자들끼리의 ‘계모임’ 같은 분위기였다.

프로그램 제목이 왜 ‘미시코리아’인가요
최은경 친구가 미국에 사는데 거기 여자들은 ‘미시 USA’라는 커뮤니티에서 모든 걸 해결해요.
‘유모차가 고장났는데 어디서 고쳐야 할까요?’, ‘사고 싶은 신발이 있는데 어디서 사면 쌀까요?’ 생활 문의부터 고민 상담, 뉴스, 온갖 가십들까지 전부 공유하는데 저희 방송도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시코리아’가 된 거예요. 미시의 삶, 미스 때와는 좀 다르죠
안선영 결혼은 사실 문제가 안 되고, 결정적인 건 출산이죠.
여자의 인생은 출산 전후로 확실히 달라지니까.
저 역시 출산 전까지는 아이를 낳더라도 엄마 이전에 인간 안선영으로 살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나니까 그런 생각들은 다 무용지물이 돼버리더라고요.
원래 내 안에는 ‘나’밖에 없었는데 출산 후엔 자아가 여러 개가 생기는 거예요.
다른 누군가를 나보다 더 사랑하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면서 ‘내’가 잘 안 보이기 시작해요. 모성의 지배를 받는 새로운 종족이 되어버린 거죠.

자아가 여러 개로 나뉘는 것까진 그나마 괜찮은데, 아예 없어지는 건 문제 아닌가요
최은경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엄마 혹은 주부들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면 뒤에서 끌어당기는 게 굉장히 많아요.
그 모든 저항을 이기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기란 정말 쉽지 않죠. 그래서 그 저항감을 못 이기고 주저앉는 경우도 많고요.
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나요
안선영 최근에요. 아이 낳고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일을 쉬었는데 의외로 노는 게 적성에 맞더라고요.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딱 맞을 만큼 ‘엄마 놀이’에 푹 빠져지내다보니 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사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 거예요.
그때 은경 언니가 저를 잡아줬어요. “정신 차려! 애 정말 예쁘지? 그런데 일하고 돌아가서 보면 더 예뻐” 하면서요. 언니가 ‘언니질’을 제대로 해줬죠.
최은경 선영이가 “언니, 나 방송 그만둘까?” 하는데 “그래, 쉬어. 이제 아무 데서도 너를 원하지 않아” 하면 얼마나 섭섭하겠어요.
선영이도 그런 얘기를 듣고 싶어서 방송을 그만두겠다고 말한 게 아닐 거예요.
“일을 그만둔다고? 미친 거 아니야. 얼른 몸 풀고 나와. 나오면 일 많아.
너는 이제 아이도 낳아봐서 공감할 수 있는 얘기가 더 많아.” 이런 얘기를 해주길 기대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고비를 못 넘기는 여자들이 참 많죠
최은경 제 주변에도 정말 많아요. 아이 낳고 ‘누가 나를 불러만주면 얼른 나가야지’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누구도 나를 원하지 않아’, ‘어느 곳에서도 나를 오라고 하지 않아’ 하는 생각을 또 하게 되는 거죠.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라 그래요. 그럴 때 저는 누군가의 ‘언니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밥 한끼 사주고 술 한잔 사주면서 얘기 들어주는. 사실 남자들 사이에는 그런 ‘선배질’이 있잖아요. 그런데 여자들은 ‘언니질’하기가 참 힘들어요.
왜냐하면 삼시세끼 목 빼고 쳐다보는 애들 챙기느라 바쁘고 여유가 없으니까.
그렇지만 천천히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남자들의 ‘선배질’처럼 여자들의 ‘언니질’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지 않을까요.

일을 계속 하는 것이 자존감 유지에 도움이 되나요
최은경 그건 무조건이에요. 무슨 일이든 상관없이 일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존재를 증명하는 역할을 해요.
봉사활동도 좋지만 가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자존감을 더욱 높여주죠.
돈을 번다는 사실이 스스로에게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에요.
안선영 원래 보석은 내가 사야 가장 빛나는 거예요.
남한테 받은 건 누군가 더 큰 걸 사주기라도 하면 값어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라 금방 빛을 잃고 초라해지는데 내가 산 건 다르죠.
내가 이걸 사기 위해서 목이 찢어져라 일한 걸 생각하면 볼 때마다 소중할 수밖에 없죠.

일을 계속 할 생각이라면 육아 문제를 해결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안선영 닥치는 대로 하기로 했어요(웃음).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갑자기 촬영이 잡혔는데 아이 봐주실 분이 없어서 친정엄마한테 부탁했어요.
그런데 친정엄마도 사정이 생겼다고 하시기에 부산에서 제사를 모시던 시어머니한테 부탁드려서 막차로 올라오시게 했죠.
아이 하나 키우려고 온 가족이 희생한다고 할까요.
하지만 지금 죄송하다고 해서 저 혼자 모든 책임을 지려고 하지는 않으려고요.
저는 오히려 저의 행복을 위해서 다 같이 희생하자는 주의라서요(웃음).
제가 오늘도 이렇게 나와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건 제 아들 바로의 할머니, 외할머니 또 바로 아빠가 함께 희생해주는 덕분이랍니다.
최은경 닥치는 대로 하면 돼요. 생각해보면 저도 30대 때 가장 많이 울었고 가장 많이 바빴고 가장 많이 행복했어요.
그때 아이도 낳고 일도 많이 하고 그러다 아프기도 하고 정말 많은 일을 겪었는데 그렇게 30대를 치열하게 산 덕분에 또 40대를 살아낼 힘이 생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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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희생해주시는 분들에게도 보상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안선영 물론이에요. 덕분에 이렇게 나와서 즐겁게 일한 대가로 돈을 벌었으니 가서 용돈을 드려야죠.
인생은 ‘몸빵’ 아니면 ‘돈빵’ 이거든요(웃음). 제가 번 돈 다 드려도 상관이 없어요. 이렇게 집안일 잊고 나와서 ‘나’를 찾아가며 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니까요.

미시에게도 로맨스가 필요하죠. 꼭 불륜이 아니어도 일상의 활력소가 될 만한 로맨스가 있나요
최은경 최근에 <매꽃>이라는 일본드라마를 추천받아서 봤어요.
부제가 ‘평일 오후 3시의 연인들’인데 한 주부가 남편 회사 보낸 후부터 아이 학원 끝나고 돌아오는 시간인 3시까지 불륜의 사랑을 하는 이야기예요.
일요일 하루 만에 1회부터 11회까지 정주행했잖아요.
남자주인공이 저보다 팔뚝이 가늘어 제 스타일이 아닌데도 그 남자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찌릿찌릿하더라고요.
그렇게 잠시 영화나 드라마에 빠졌다 나오면 저는 좋던데요(웃음). 현실에서 다른 누구를 만나서 머리 아픈 일 만들기보다 그렇게 가상의 시공간 속에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게 훨씬 편하고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안선영 요즘엔 드라마 보면서 감정이입이 잘 안 돼요. 아이 젖 먹일 시기에는 성욕도 없어진다고 하잖아요.
호르몬 영향 탓인지 감정이 굉장히 메말라 있는 상태죠.
그런데 <미시코리아> 방송을 하면서부터는 조금 달라졌어요.
밖에 나와서 실컷 웃고 떠들다가 집에 돌아가서 아이와 남편을 보면 그렇게 애틋할 수가 없어요.
마음에 다시 활기가 도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남편에게 살갑게 ‘밥은 먹었어? 아기 분유는 열심히 타면서 당신 아침은 못 챙겨줘서 미안해’ 하는 식으로 문자도 보내고 말도 하고 했더니 그 무뚝뚝한 사람이 광화문 브런치 카페로 저를 불러내는 거 있죠.
그렇게 사막에도 꽃이 피더라니까요. 그래서 요즘 저의 로맨스 상대는 남편이에요.
남편을 다시 남자로 느끼기 위해서 총력전을 벌이는 중이죠.

일을 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나름 활력소가 되나봐요
안선영 떠나온 곳과 떠나온 사람을 그리워하기 위해 여행을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집에만 있으면 그저 다 짜증이에요. ‘집안일을 도와주는 건 좋은데 왜 우유병을 저렇게 바로 세워놔서 자꾸 수증기가 고이게 하나’ 등등 고마움보다는 짜증이 먼저 나는 거예요. 남편도, 친정엄마도, 시어머니도 전부 저와는 스타일이 다르니까 불평불만만 늘어나죠. 그럴 땐 안 보는 게 방법이에요. 집안일을 완벽하게 잊고 나갔다 들어오면 모든 게 다 감사하거든요.
최은경 저도 남편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해요.
저희 부부는 아침에 커피를 함께 마시고 헤어져요.
그러고는 쭉 안 보다가 밤에 만나면 정말 반갑죠. 간혹 남편이 볼일이 있어서 중간에 집에 잠깐 들어오기라도 하면 늘 유지돼오던 패턴이 깨지니까 불편해요.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일하고 집에서도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남편과 아이 챙기느라 제 시간을 갖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굉장히 소중한데 그 시간을 방해받으니까 화가 나죠.
혼자 있으면 뭘 해도 좋아요.
식구들 먹일 감자탕을 끓여도 신나고 설거지를 해도 즐겁죠.
음악 틀어놓고 책도 펼쳐봤다가 사놓고 못 입어본 옷도 입어봤다가 하는 그 시간을 통해 충전이 되는 것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몸만 나이 드는 게 아니라 마음도 나이가 들죠. 방송인이라면 더더욱 정서적 나이 듦에 대한 대처가 필요할 텐데요
안선영 정말 그래요. 감정이 늙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나이가 들면 생각이 많아지는 게 문제죠.
생후 137일 된 저희 아들을 보면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초록색 나뭇잎에 꽂혀서 그것만 보며 웃거든요. 굉장히 단순하죠.
나이가 들어도 아이처럼 생각을 단순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몸만 다이어트할 게 아니라 정신도 다이어트를 해야죠.
웃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잡생각이 없어지니까요.
최은경 웃음을 우습게 봐선 안 돼요. 만나서 수다 떨고 웃다보면 확실히 늙는 게 더뎌져요.
웃음은 기름 같아요. 잘 안 웃는 사람은 어딘가 딱딱하죠.
표정도 딱딱하지만 사고도 딱딱해요.
나이 들수록 사람이 보수적으로 변하고 편협해지잖아요.
자기만의 기준이 많이 생겨서 그런데 그럴 땐 웃는 게 최고예요.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특효약이죠.

2016년이 가기 전에 더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안선영 저는 사람 만나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방송보단 행사할 때 더 힘이 나는 편이죠. <미시코리아>가 잘돼서 12월이 가기 전에 공개방송 한 번 했으면 좋겠어요. 다 같이 떡 나눠 먹고 수다 떨면서 웃는 그런 자리요.
최은경 선영이 말대로 <미시코리아>가 더 잘돼서 공개방송도 하고 어디 가서 못하는 얘기할 수 있는 여자들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고요. 그러고 나면 제가 이룰 일은 하나가 남습니다. 바로 누드요. 제가 시안도 다 빼놨는데 보실래요? (휴대폰 사진 보여주면서) 이 정도 세미 누드. 괜찮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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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날 인터뷰는 기사 내용보다 5만 배쯤 더 웃겼다.
웃음이 필요하다면, 누군가와 수다를 떨고 싶다면, 팟캐스트 <미시코리아>를 들으면 된다.
소재 불문, 수위 불문으로 펼치는 두 미시의 거침없는 입담에 일상을 깨우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에디터:이영민 | 월호:2016년 12월호 | 업데이트: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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