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듀오

<마리텔> 반전매력 만담부부, 여에스더와 홍혜걸
옵세닥터와 허당닥터. <마리텔>을 통해 남다른 예능감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이 레전드 부부는 우리가 알던 의학 전문가 홍혜걸, 여에스더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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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때 제가 집사람에게 붙여준 별명이 ‘에스트로겐 잇셀프’예요.
발랄하고 애교 많고 말이 많아서 그렇게 지어줬죠.


사실 이 부부가 낯선 인물은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각종 방송과 강연을 통해 얼굴을 알려온 덕에 웬만한 연예인보다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 많을 만큼 유명한 의학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딱 그 정도. 그랬던 두 사람이 요즘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이후부터다.
건강과 의학을 주제로 한 인터넷 방송이 과연 재미있을까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방송은 히트를 쳤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두 사람의 독보적인 캐릭터가 배꼽을 쥐게 하며 네티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의 방송이 김구라, 정은지, 허재 3부자 등이 진행하는 경쟁 방송을 제치고 가장 많은 접속자 수를 기록하며 연승 행진을 할 줄은 누구도 예상 못한 일.
방송에서 여에스더는 깜빡이 불이 들어오는 머리띠를 하고 특수 효과로 눈에서는 레이저를 내뿜는다.
시도 때도 없이 남편 홍혜걸을 ‘혜골씨’라 부르며 말을 자르고 끼어든다.
한편 홍혜걸은 매번 가로채기를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자기 얘기를 하려고 고군분투하는데, 그의 이런 모습이 아내의 강력한 존재감과 대비되며 웃음을 유발한다. 인터뷰에서도 두 사람의 모습은 방송과 다를 바가 없었다.
대부분의 질문에 홍혜걸은 한 줄 이상 답을 잇지 못했다. 아내의 말 중간중간 끼어들기를 시도했지만 실패, 그의 말은 대부분 추임새로 끝나기 일쑤였다.
그래서 두 사람을 함께 인터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답을 여에스더의 이야기로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기자의 질문이 끼어들 틈조차 만들기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마리텔> 출연을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요
여에스더 어떤 프로그램인지 몰라서 군대에 있는 아들들에게 물어봤어요. 상병인 큰아들이 “엄마, 거기는 정말 유머러스해야 하는 데예요. 잘못하면 ‘노잼’ 소리 들을 수 있어요” 하더라고요.
일병인 둘째 아들은 “거기서 엄마아빠를 왜 섭외해요? 꼴찌하면 부끄러울 텐데” 하고요. 그래서 꼴찌해도 좋으니까 ‘핵노잼’ 소리만 듣지 말자는 각오로 준비했죠.

결과는 ‘핵잼’이었어요. 방송에서 연속 1위를 기록했죠
여에스더 지금까지 저희는 아침방송이나 건강 프로그램을 주로 해왔잖아요.
그런 데서는 교양 있게 굴어야 하고 체면 차려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야 하니까 정작 제 얘기는 잘 못했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마리텔> 스튜디오에는 남편 말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그러니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예요. 사실은 제가 말이 많아서 병원에서 진료할 때도 하루에 환자를 열다섯 명도 못 받을 때가 많아요.
한 환자를 한 시간씩 진료하고 있으면 간호사가 들어와서 말릴 정도니까요. 그런 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좋고, 그걸 또 젊은 네티즌들이 좋아해주니까 더 기쁘죠.

서로가 보기에 방송과 평소 모습이 비슷한가요
홍혜걸 결혼할 때 제가 집사람에게 붙여준 별명이 ‘에스트로겐 잇셀프’예요. 발랄하고 애교 많고 말이 많아서 그렇게 지어줬죠.
<마리텔>에 나오는 모습이 집사람의 원래 모습이에요. 저한테는 굉장히 익숙한데 다른 분들이 보기엔 새로운가봐요. 50대 아줌마인데 소녀 같은 면이 많거든요. 다행히 그 모습을 밉지 않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여에스더 남편도 <마리텔>에서의 모습이 실제 모습이에요. 굉장한 허당이거든요.
서울대 의대에 기자 출신인데다가 외모는 샤프하고 성격이 숫기가 없어서 차갑고 쌀쌀맞을 거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알고보면 어수룩한 사람이죠.

어떤 면이 그렇게 어수룩한가요
여에스더 일단 경제관념이 전혀 없고 계산할 줄을 몰라요. 한번은 저 몰래 받은 강의료를 모아두려고 은행에 새 계좌를 텄다가 저한테 걸렸잖아요. 인터넷 뱅킹을 안 하니까 로그인하면 계좌 목록이 쫙 뜨는 걸 몰랐던 거예요. 완전 허당이라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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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에스더의 블랙 롱드레스 에스카다, 페이던트 레더 하이힐 지니킴, 크리스털 장식 링과 뱅글 모두 피바이 파나쉬. 홍혜걸의 턱시도와 턱시도 셔츠, 보타이와 헹커치프 모두 몬테비아, 레이스업 구두는 푼크트.

평소 부부관계의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나요
홍혜걸 집사람이 90 퍼센트 주도권을 가지고 있죠. 저보다 나이가 두 살 많고, 아무래도 여자가 남자보다 성숙한 면이 있으니까 제가 많이 존중하는 편이에요.
아내는 집에서 거의 여왕처럼 산다고 보시면 돼요.
여에스더 하지만 남편이 쥐고 있는 나머지 10퍼센트가 완전히 옹고집이에요. 예를 들면 SNS 하는 거. 몇 번 구설에 올랐으면 자제를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또 올려요. 다행히 요즘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안 올리는데, 대신 일상을 죄다 찍어서 올리더라고요.
그날 본 영화, 특히 지고지순한 사랑 얘기 엄청 좋아하거든요. 또 제가 넘어져서 무릎 까진 사진도 찍어서 올리고.
홍혜걸 사실 요즘 시국과 관련해서도 시원하게 말을 좀 하고 싶은데 집사람이 펄쩍 뛰어서 못하고 있어요.
저도 기자 출신이라 대중과 소통하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SNS는 제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의학 채널 ‘비온뒤’의 물적토대이기도 하고요.
여에스더 ‘비온뒤’는 공익을 목적으로 의학 정보와 영상을 제공하는 채널인데, 남편이 버는 돈은 그 채널 운영비로 다 들어가는 것 같아요 .
저희 남편은요 “남자가 큰일을 해야지” 하면서 10년에 한 번씩 직업을 바꾸거든요. “에스더, 나 이번에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하면서 눈을 반짝이면 제 가슴은 바닥까지 철렁 내려앉아요.

말은 그렇게 해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지지해주는 편인가봐요
여에스더 제가 훌륭한 아내 같긴 해요(웃음). 남편이 돈 벌어서 생활비에 보태지 않고 다른 일에 투자해도 잘 참잖아요. 그나마 공익적인 일에 투자한다니까….
저는 차라리 돈 버는 일을 하지 말라고도 했어요. 왜냐하면 남편은 누구한테 10만원을 받으면 20만원, 30만원어치 일을 해주는 사람이니까요. 가만히 있는 게 돈 버는 일 같기도 하고 건강이라도 챙기는 게 남는 것 같아서 그랬죠.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만큼 취미도 다양할 것 같은데요
여에스더 남편은 취미생활도 많아요. “나는 이제 사고 싶은 물건이 하나도 없어” 이래놓고는 6개월도 안 돼서 “나 이거 하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어” 하더니 몇백만원 하는 카메라를 사더라고요.
또 한 번은 일하고 있는데 전화를 걸어와선 “진짜 사고 싶은 자전거가 있어”라고 해서 한 30만원이면 사겠지 했는데 300만원! 자전거, 안장, 옷, 헬멧, 랜턴 다 사놓고 여섯 번 탔어요.
제가 세어봤잖아요. 지금 소원은요, 제주도에 내려가서 의학 스릴러를 쓰는 거래요. 그런데 스릴러는 주도면밀하고 치밀해야 하는데 눈치 없고 물정 모르는 남편이 과연 잘 쓸 수 있을지.

책을 꼭 제주도에 가서 쓰려는 이유가 있나요
홍혜걸 제주도가 좋더라고요.
여에스더 만날 저한테 하는 얘기가 “내가 당신 때문에 이 집에서 살지. 나는 단칸방에서 살아도 행복한 사람이야”, “나는 돈 없어도 행복한 사람이야”, “나는 된장찌개만 먹어도 행복한 사람이야” 인데, 정작 남편은 입맛도 고급스러워요.
저는 순대, 떡볶이 같은 길거리 음식도 좋아하는데 남편은 곱창도 못 먹고 순대도 못 먹어요. 앞뒤가 좀 안 맞죠.

순수한 영혼을 가지신 것 같아요
여에스더 정말 순수해요. 둘째 아들이 아빠를 닮았어요. 아빠 닮아서 얼굴도 잘생겼는데 순수한 영혼까지 닮아가지고 “너는 앞으로 뭐하고 싶니” 물어보면 아마존 강 아래 가서 굴을 파고 있거나 사막에 가서 별을 보고 있거나 아니면 스님이 되고 싶다고 해요.
제가 보기엔 아빠하고 똑같은데 남편은 “이놈의 자식, 무슨 소리냐” 하면서 놀라더라고요.

대개 남편이 그러면 아내는 반대죠. 계산에 밝은 편인가요
홍혜걸 집사람은 10원 단위로 가계부를 쓸 정도로 숫자에 대한 강박증이 있어요. 그래서 얼마 벌고 얼마 썼는지가 정확하게 맞아야 해요. 안 그러면 괴로워서 못 견뎌요.
산책을 할 때도 걷기 시작할 때 시간을 확인하고 다 걸은 다음에도 꼭 시간을 확인해요. 언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얼마나 걸었나를 확인하는 거예요.
제가 한 번씩 시간 보지 말고 걸어보자고 하면 되게 불편해해요.

최근 의견 차이를 겪은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인가요
여에스더 참치 회를 한 접시 사서 둘째 아들 면회를 갔어요. 그런데 아들은 얼마 안 먹고 남편이 다 먹더라고요. “왜 혼자 다먹느냐”고 했더니 “얘가 안 먹잖아” 하는 거예요.
몇 달이 지나 다시 면회를 가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전날 회를 두 접시 사놨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출발하려고 봤더니 회 한 접시가 사라졌어요.
남편이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와서 배고프다고 먹었더라고요. 할 수 없이 한 접시만 들고 가서 같이 먹는데 마지막 남은 회를 아들 입에 넣어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아들이 그걸 아빠 입에 넣어주더라고요. 남편은 그걸 또 홀랑 받아먹고요. 그것 때문에 좀 투닥거렸죠.

여에스더의 미니드레스 에스카다, 초록색 메탈 링과 뱅글 모두 피바이 파나쉬.

아내가 아들들만 챙기는 것 같아 서운하진 않나요
홍혜걸 그런 게 서운하진 않는데, 집사람이 요새 갱년기라 무척 예민하긴 해요. 그날도 흰 옷에 남색 운동화를 신었다고 또 뭐라고 하는 거예요.
집사람이 평소에는 애교가 많고 사랑스럽기 때문에 대부분 제가 맞춰주는데 요즘처럼 부쩍 신경질을 자주 부리고 하면 저도 지칠 때가 있죠.

성향상 자녀 양육과 교육에 있어서도 의견이 달랐을 것 같은데요
여에스더 아이들이 다 대학에 가고 군대도 갔으니까 교육은 끝난 셈이죠, 저희 아이들은 딱 하나 착하고 배려심 많은 건 자랑할 만해요. 아빠 닮아 불평불만 없는 것도 장점이고요.
사실 저는 보통 엄마들처럼 학원도 보내고 싶었고 둘 중 하나는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는데 남편은 생각이 달랐어요. 뭐가 되든 스스로 살고 싶은 삶을 살아야 한다면서요.
아들 둘 다 결국은 아빠 말에 동의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생각을 완전히 바꿨어요. 남편 말대로 “속물처럼 살지 말고 영혼이 들끓는 삶을 살아라” 했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우리 아들들도 저처럼 심장이 강한 아내를 만나야 하지 않을까요. 여전히 영혼이 들끓고 있는 남편 덕분에 아직도 제 심장이 10년에 한 번씩 덜컹거리니까요.

성격도 라이프 스타일도 전부 반대인 듯한데, 반면에 잘 맞는 점도 있겠죠
여에스더 저희는 정말 달라요. 남편은 생선대가리나 내장 같은 음식을 못 먹고 퍽퍽한 걸 좋아하는데, 저는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요.
남편은 커피도 향별로 즐기고 술도 종류별로 다 마셔봐야 하는데 저는 집에서 가만히 누워 있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도 서로 달라서 싸울 일은 없어요. 제가 생선 껍질을 먹으면 남편은 살을 먹으니까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잘 맞는 것 아닐까요.

다른 점이 많은 두 분이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비결은 뭔가요
여에스더 남편의 배려 덕분이죠. 아마 세상에서 아내한테 제일 잘하는 사람이 저희 남편일 거예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없을 정도로요.
남편이 저한테서 듣고 싶어하는 말이 두 가지예요.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와 ‘만나본 사람 중에 당신이 가장 좋은 남자다’요.
홍혜걸 배우 김지미 선생님이랑 식사하는 자리에서 “선생님, 남편이 네 분 계셨는데 어느 분을 가장 사랑하셨습니까” 하고 여쭤봤더니 최무룡 선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시더라고요.
만나는 동안 옥에도 가고 사업도 실패하고 그러다 결국 헤어졌지만 가장 의리 있고 멋있는 남자였다고요.
밖에서는 돈 잘 벌고 권력 있고 인기 있지만 가족을 나 몰라라 하는 이기적인 남자가 있는 반면 바깥에서는 별 볼 일 없지만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배려하는 남자가 있는데 후자가 더 훌륭한 남편이라고요.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가장 가깝고 오래 함께한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여에스더 저희는 베스트 프렌드예요. 매일 1시간 40분씩 함께 걷고, 식사도 늘 같이 하고, TV도 함께 봐요. 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굉장히 많아요.
홍혜걸 제 또래 남자 중에 저만큼 집사람하고 오래 붙어 있는 남자는 드물 거예요 아마. 다른 부부에 비해 대단히 노력하는 건 없는데, 또래 부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행복하게 잘사는 것 같기는 해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면 운인 것 같아요. 운 좋게 결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인간관계에서나 적지 않은 내공이 필요한 법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가장 깊은 내공이 요구되는 관계가 어쩌면 부부 사이다.
그런 면에서 여에스더와 홍혜걸 부부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나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좋은 부부관계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금껏 사회로부터 받아온 관심과 혜택을 되갚는 삶을 살고 싶다며 같은 뜻을 내비친 두 사람. ‘결’이 잘 맞는 이 부부가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에디터:이영민 | 월호:2016년 12월호 | 업데이트:2016-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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