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진정한 언론인

소신 있게 할 말을 내뱉는 뉴스타파 최승호 PD를 만났다.
이 시대 진정한 언론인
뉴스타파 최승호 PD

뉴스와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하지만 정작 궁금한 것은 알기 힘든 아이러니한 세상이기도 하다.
거대 자본과 권력 앞에 굴복한 언론과 인터넷 포털이 지배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소신 있게 할 말을 내뱉는 뉴스타파의 최승호 PD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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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왜 언론을 믿지 못할까요.
정말로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언론이 올바른 목소리를 내겠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해요.
우리나라 공영언론이 권력의 장악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제 몫을 하는 것이 아주 큰 숙제가 되었죠."


“두려운 느낌이 어떤 건지 다시 느낀다.
10년 전 황우석 사건 때 늘 코끝에 달고 살았던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뉴스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은 속속들이 썩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대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것도 분명하다.
우리가 할 일을 해야 한다. 시민들의 가호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발표한 뒤, 뉴스타파 최승호 PD는 페이스북에 심경을 고백했다. 깊은 고뇌가 담긴 이 글에서 이 시대 언론인으로서의 묵직한 사명감이 느껴진다.

“대중이 과연 이 기사를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웠습니다.
대중의 생각과 다른 뉴스를 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거든요.
MBC 재직 시절 을 통해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의혹을 다뤘는데, 정말 괴로웠어요.
보도 내용이 진실로 밝혀지기 전까지 대중은 우리 방송을 신뢰하고 싶지 않았고, 광고는 떨어져나가고, 심지어 회사 구성원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정도였어요.
저 또한 직원들 눈을 마주치기가 두려워 회사 정문을 돌아 개구멍으로 다녔죠.
그런 경험 때문에 이번 사건을 취재하고 방송하기까지 힘들고 괴로웠어요. 대중이 과연 이 기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리의 진심이 전해질까 자신이 없었죠.”
MBC 재직 당시 <경찰청 사람들>, , <삼김시대> 등 보도프로그램을 주로 맡아온 그는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의혹’, ‘검사와 스폰서’ 등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들을 보도하며 ‘올해의 PD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2년 파업 주도를 이유로 MBC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고 독립언론 뉴스타파로 이직했다.
당시만 해도 ‘듣보잡’이었던 뉴스타파란 언론사를 선택한 이유는 보도의 자율성, 한 가지뿐이었다.

“뉴스타파는 기업의 광고가 아니라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언론사입니다.
때문에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어떤 취재든 자유롭게 할 수 있죠.
오히려 시민 후원을 받기 때문에 대중이 진짜로 궁금해하는 것, 목말라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욱 집중하는 구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건희 성매매 동영상’부터 ‘세월호 참사’, ‘조세피난처의 한국인’, ‘국정원 간첩조작사건’ 등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싶지만 어떤 공중파에서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던 사건을 망설이지 않고 보도할 수 있었죠.”

뉴스답지 않은 낡은 뉴스를 타파하고 죽어가는 저널리즘을 복원한다는 의미로 이름 붙인 ‘뉴스타파’는 2012년 1월 첫 방송을 시작한 독립언론으로 언론 노조, 해직 언론인들이 함께 만들었다.
, <돌발영상>,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제작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격인데, MB 정부 이후 해직 언론인 이근행(MBC PD), 노종면(YTN 기자), 권석재(YTN 촬영기자), 변상욱(CBS 대기자), 신경민(MBC 앵커), 최상재(SBS PD) 등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최고참 격인 최승호 PD 합류로 뉴스타파는 더욱 힘을 얻기 시작해 이제 할 말 하는 언론사로 입지를 굳혔다.

“MBC 근무할 때 노조가 있었어요. 그 노조는 6월 항쟁으로 이뤄낸 성과였죠. 방송인들이 정권의 개 노릇을 하다 반성하게 됐고, 그 계기로 기자나 PD들이 윗선의 부당한 지시에 저항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운 거죠. 노조 안에서 제 나름의 소신과 에너지를 얻은 것 같아요. 그리고 회사에서 제가 가장 선배였어요. 제가 틀린 이야기를 하면 후배들이 피해를 보는 게 너무 싫었어요. 생각한 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걸 몸소 보여줘야 하는 입장에 서 있었죠. 그런 제 모습이 보기 불편하니까 MBC에선 해고한 거겠지만요.”

기자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는 우리나라 언론, 기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언론이 정부에 장악돼 정권 홍보방송이 된 현실에서는 언론인들이 올바른 목소리를 내겠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인이 취재를 통해 확인한 사실과 생각을 그대로 보도할 수 있어야 해요. 자율성이 있어야죠.
요즘 대중들은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하더군요. 그런 말이 왜 생겨났을까요.
대중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웬만한 기자들보다 더 많은 뉴스와 정보들을 접하니까요.
그런 사람들이 왜 언론을 믿지 못할까요. 정말로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언론이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그것뿐이에요.
뉴스타파가 성원을 받는 이유도 이런 맥락 아닐까요.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선택한 대안일 수도 있겠죠.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공영언론이 권력의 장악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제 몫을 하는 것이 아주 큰 숙제가 되었어요.”

그는 국가정보원의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에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유우성씨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취재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놀랍게도 그의 끈질긴 취재 덕분에 재판 결과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카메라에 담아내기도 했다.
제작기간 3년. 그 긴 시간 동안 한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과정은 차마 문장으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처절했다.
더군다나 취재 대상은 국정원이었다.
언제 어떻게 취재진을 감시할지 모르는만큼 고민도 많았다.

중국을 넘나들며 취재하다가 영화보다 더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중국에 갔을 때 신변의 위협을 느꼈어요.
접경지대에서 취재하다 중국 변방 경비부대 검문에 걸렸죠.
중국 영길에서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걸려서 공안국이 우리 취재팀을 억류했다 풀어줬어요.
하지만 계속 미행을 하면서 며칠 동안이나 따라다니더라고요.
졸지에 취재를 못하고 관광하는 척 연기를 했죠.
심장이 두근대고 입술이 바짝 마를 정도로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지나고 나니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었네요.”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자백>은 멀티플렉스에 영화가 걸릴 수 있도록 관객이 미리 표를 사는 스토리 펀딩을 진행 중이다.
목표 금액은 2억. 대중의 열렬한 지지와 성원으로 4억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모였다.
진실에 목말라하는 대중이 이토록 많다는 걸 방증하는 셈이다.
영화를 올릴 준비는 끝났다.

만약 영화관 쪽에서 ‘불가능하다’는 말이 되돌아오면 이 또한 그의 말대로 “문제가 있는 것”일 터.
진실이 궁금한 관객 중 한 사람으로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그의 취재 스토리를 대형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주부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이젠 믿을 수 있는 뉴스를 하는 언론사가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언론의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말이죠.
예전에는 공영방송을 믿을 수 있는 세상이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게 됐죠.
소비자가 뉴스를 잘못 선택하면 팩트를 거꾸로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이젠 뉴스를 선택하는 태도부터 달리 해야 합니다.
포털 기사를 수동적으로 클릭하거나 하나의 매체만 선택하지 말고, 성향이 다른 여러 매체를 동시에 보는 것이 좋아요.
뉴스타파 같은 탐사보도 매체의 뉴스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고요.
광고주 눈치를 보는 기사, 혹은 알맹이가 없는 스트레이트 기사에만 익숙한 데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이슈와 이면을 좀더 깊이 볼 수 있죠.
조금은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선 뉴스를 선택하는 태도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에디터:이영민 | 월호:2016년 9월호 | 업데이트:201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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