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혁과 BODY TALK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남자는 섹시하다. 잘 다듬어진 몸이 그를 증명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탓에 공기는 바람 한 점 없이 후텁지근했다. 선풍기 하나 없는 한남동의 낡은 복싱장으로 헐렁한 티셔츠에 진 차림의 조동혁이 성큼 걸어 들어왔다. 오래된 마룻바닥은 발바닥에 쩍쩍 달라붙고, 끈적한 땀이 그의 등을 타고 내려왔다. 이쯤 더위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는 뜨거운 조명 아래의 시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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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는 장광효 카루소.


몸 좋은 것은 일정 부분 타고나지 않나 나는 노력형이다. 우리나라 남자 연예인 대부분이 몸이 좋다.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드는 게 이젠 연예인의 의무가 된 것 같다.

그나저나 오늘이 <우리동네 예체능> 막방이다. 몇 개월이나 배구에 빠져 지냈는데 섭섭하진 않나 이제 좀 해볼 만하다 싶으니 끝났다. 일주일에 6일을 배구연습만 했다. 그땐 너무 아파서 매일 병원으로 출근을 했다. 허리, 무릎, 어깨, 목 등 안 아픈 곳이 없었는데, 배구공을 손에서 놓으니 신기하게 아픈 데가 없어졌다.

파스를 하도 발라 ‘조파스’, 실비보험 덕을 톡톡히 봐서 ‘조실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루에 정형외과, 한의원을 돌아가며 치료받고 바로 연습하러 갔다. 국가대표들이 다니는 병원인데, 선수들이 맞는 주사 양보다 내가 더 많이 맞았을 거다. 이 악 물고 참아가며 연습했다. 웨이트가 필요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배구공을 치려면 어깨의 빠른 회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키워놓은 어깨근육을 줄여야 했다. 그때부터 상체 운동은 제외하고 오로지 배운동과 하체운동 위주로 했다.

사실 방송이니까 적당히 연습할 수도 있지 않은가. 운동선수도 아니고 본업이 배우이니 시청자들도 이해하고 볼 텐데 내 성격이 안 그렇다. 대충할 바엔 안 한다. 최소한 팀에 방해는 되지 말자는 생각에 죽어라 연습했다. 원래 뭘 하면 끝장을 보는 타입이다. 쪽팔리는 게 세상에서 가장 싫다. 누구에게 지는 것도 못 참고. 연예계에는 관심도 없고 숫기도 없었던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이런 성격 덕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피곤하게 만드는 타입인거다 시합 전날 밤엔 긴장돼 잠을 못 잔다. 예능보다는 시합에서 무조건 이기는 게 중요하다. 승부욕이 엄청 강해서 어릴 땐 많이 다쳤다. 무식하단 소리도 꽤 들었고.

그런 면모 때문에 조동혁 하면 상남자란 수식어가 떠오른다 사실 상남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내가 그 단어에 어울리는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조금 부담스럽다.

운동 잘하는 근육질 남자에게만 쓸 수 있는 고유명사 같은 게 아닐까. 조동혁 하면 운동과 떼려야 뗄 수 없으니까 하긴 중학교 때 정구 선수였고, 농구도 줄곧 했고 지금까지도 골프, 헬스, 수영, 복싱, 아이스하키 등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다. 운동 양으로 따지면 웬만한 운동선수보다 많이 한 것 같다. 같이 운동한 사람들도 나는 태릉으로 갔어야 한다더라.

대학까지 사회체육과를 전공해놓고 운동선수는 왜 안 했나 맞고 혼나는 게 싫었다. 위계질서에 따르는 건 당연하지만, 혼날 이유 없이 괜히 맞고 벌서는 게 싫었다. 중학교 정구부 소속일 때 엉덩이와 허벅지에 늘 피멍이 들어 있었다. 어떤 걸로 맞는 게 가장 아픈지 아나? 대걸레 자루다. 야구방망이, 각목은 아무것도 아니다. 대걸레 자루 3개 묶어서 때리면 진짜 죽음이다. 늘 맞는 일상이 싫어 참다 참다 친구와 산을 넘어 도망쳤다. 그래도 운동은 좋아하니까 대학은 체육과에 갔다. 물론 공부도 안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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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 컬러의 점프슈트는 코스.


운동밖에 몰랐던 남자가 어떻게 모델이 되고, 배우까지 된 건가 대학 때, 고등학교 농구부 선배가 모델이 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압구정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우연히 그 형을 만나게 됐다. 밥 먹고 잡지사에 잠깐 일이 있어 같이 올라갔다가 우연히 캐스팅이 됐다. 첫 달 화보를 찍고 다음 달에 표지를 찍고 나니 그다음부터 여러 잡지사에서 화보 제의가 쏟아졌고 자연스럽게 모델이 됐다. 그렇게 7, 8년 모델 활동을 하다가 배우 제의를 받았다.

모델, 배우라는 직업 모두 외모라는 공통분모가 받쳐줬기 때문 아닐까 외모보단 운동을 좋아해 몸이 건강하니까 기회가 왔지 싶다. 사실 우리 집안에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나만 유별나다. 가만 생각 해보니 내가 운동을 많이 하는 이유가 있다. 배우는 작품을 끝내고 쉬면 백수가 된다. 근데 백수라고 집에만 있으면 직업병처럼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이 절로 생긴다. 연예인치고 이런 병 경험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거다. 그래서 무조건 나가서 운동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그래야 다른 생각을 못하니까. 집에 혼자 있으면 안 좋은 생각도 많이 든다. 어찌 보면 연예인은 참 불쌍한 사람들이다.

운동에 반 미쳐 있는 사람들을 보면 왜 저렇게까지 운동할까 의아하다. 뭘 위해 운동하나 그냥 잘하고 싶어서. 운동에 몰두하는 남자들의 마음을 여자들이 이해를 좀 해주면 좋겠다.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직장을 다니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남자들이 평일엔 밤늦게까지 일하고 설령 일찍 끝난다 해도 회식에 발목 잡혀 지내지 않나. 그러니까 오직 주말에 운동하며 땀 흘리는 시간만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일 수도 있다. 아, 남자 입장에서만 말한 거니 지나친 오해는 말고.

완벽한 보디를 가졌지만, 워너비 모델이 있다면 먹어도 살 안 찌는 장혁 같은 몸. 나는 몇십 년간 운동하고 관리해온 몸이다. 그런 노력에 이 정도 몸도 안 나오면 안 되는 거다.

그럼, 운동 안 하는 날엔 뭐 하나 운동을 안 하는 날은 하루도 없다. 많이 먹었고 운동할 시간이 없을 경우엔 집에서 땀복 입고 자전거라도 한 시간 탄다. 그래서 힘들다. 마음먹으면 난 한 달 안에 100킬로그램도 넘게 찌울 수 있을 거다.

먹는 걸 좋아하나 완전. 식탐도 많고 대식가다. 운동선수들이 평생 본 민간인 가운데 내가 가장 많이 먹는다고 하더라.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냉면 그릇에 밥을 줬다. 그래야 배가 조금 부를 정도 라면 이해되나? 요즘엔 한 공기로 조절한다. 탄수화물을 안 먹어야 살이 빠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아니다. 세끼 밥을 꼬박꼬박 적당량 먹어야 한다. 모든 영양을 골고루 섭취해야 요요를 방지할 수 있다.

술은 전혀 안 하나 잘 안 마신다. 물론 좋은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어울리는 건 좋아한다. 그런데 술은 별로다.어릴 때는 더 싫었다. 취해서 하는 이야기는 진담처럼 들리지 않고 술 마시고 실수하는 사람들이 너무 싫었다. 내 인생에서 술값으로 돈을 써 본 적이 없다.

그럼 돈은 통장에 차곡차곡? 아니. 최상의 운동 장비를 사 모으지.

그렇게 운동하면 언제 연애하나. 벌써 나이가… 걱정하지 마라. 연애는, 뭐 잘 알아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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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빠가 돌아왔다>에서 아빠 연기도 했는데, 아빠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 있나 물론이다. 주변에 애 있는 친구도 많고. 난 결혼하면 좋은 아빠가 될 것 같다. 그냥 자신 있다.

결혼 생각도 있다는 얘기 허허. 남들은 두세 번씩도 다녀오는 마당에 나도 가야지. 요즘 점점 외로워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 결혼 안 한 사람이 꽤 많았는데, 하나둘 슬슬 가더니 모임에 아기를 안고 나온다. 무엇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하나만 묻자. 일 vs 결혼 욕심을 따진다면 생각해보니 일이 더 크네. 아직은 일을 더 해야 할 때인가보다. 하하.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예전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젠 나이 더 먹기 전에 몸을 쓸 수 있는 액션 연기를 하고 싶다. 본 시리즈, 007 시리즈 같은 거. 정말 잘할 수 있다.

해외에선 나이 들어서도 액션 연기를 하는 중년 배우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나이 먹은 남자를 퇴물 취급하니 아쉽다. 매체를 끌어가는 건 아이돌이니까. 미국, 중국, 일본 등 외국에서는 나이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으니 부러운 부분이 많다.

조동혁이 추구하는 삶은 머리 굴리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것. 지금까지 난 그렇게 살았다. 할 말 다 하고 살았다. 그게 내 단점이기도 하다. 불편한 사람들과 있으면 포커페이스가 안 되니까. 하지만 정직하고 솔직한 표현은 내 삶의 주관이다. 다른 이들보다 속도가 더딜 수는 있지만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건강한 삶. 운동과 함께 말이다.

인터뷰가 끝나면 운동하러 가나 물론. 오늘은 간단하게 웨이트만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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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는 바버, 바지는 비슬로우, 샌들은
츄바스코 by무신사.


"쪽팔리는 게 세상에서 가장 싫다. 누구에게 지는 것도 못 참고. 연예계에는 관심도 없고 숫기도 없었던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이런 성격 덕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피곤하게 만드는 타입이기도 하다. 시합 전날 밤엔 긴장돼 잠을 못 잔다. 예능보다는 시합에서 무조건 이기는 게 중요하다. 승부욕이 엄청 강해서 어릴 땐 많이 다쳤다. 무식하단 소리도 꽤 들었고."

에디터:이영민 | 월호:2016년 8월호 | 업데이트:20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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