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SWEET DADDY

생활형 예능인 문천식
요즘엔 방송에서보다 홈쇼핑에서 더 자주 보는 것 같아요 우리동네에서 가장 웃기다 해서 코미디언이 됐어요. 그런데 부족하더라고요. 분명 영재라고 했는데, 천재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으로 나가니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이도 차고, MBC 코미디는 없어지고…. 아무래도 다양한 재주가 있어야 오래 밥 먹고 살겠더라고요. 다시 연극도 하고, 드라마 출연도 하고, 틈틈이 예능에도 나가고, 홈쇼핑도 하게 됐죠. 그땐 홈쇼핑이 부업이었는데 이젠 주업이 됐어요.

홈쇼핑 쇼호스트로 대박을 치고 있죠. 시간당 매출이 최고 21억을 기록했다던데누적금액으로 따지면 웬만한 쇼호스트보다 높을 거예요. 벌써 GS 전속 쇼호스트로 활동한 지 6년 차인데,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죠.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날 매출이 높으면 쇼호스트에게도 플러스 알파가 있나요 연예인 인센티브 받느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제 실력과 인기에 부합하는 회당 출연료를 정확히 받죠. 업계 최고라는 왕영은, 최유라 두 분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정준하 형도 저랑 마찬가지로 정해진 출연료만 가져가요. 인센티브 같은 건 거의 없어요. 대신 재계약할 때 출연료가 올라가죠. 그동안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받았어요. 덕분에 몸값도 조금 올랐고.

홈쇼핑 출연료가 어마어마하다는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한데 화장품 방송에 출연하는 여자연예인의 경우 시간당 300부터 많이 받는 분은 800 가까이 받는다고 들었어요. 몸값이 비싼 분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방송을 하면 한 달에 가져가는 돈이 어마어마하겠죠. 그런데 전 그 정도의 부자는 아니에요. 연수입이 10억 조금 안 돼요. 하지만 세금을 많이 냅니다. 42%를 국세청에 신고하죠. 성실납세신고자들은 6월에 신고를 하거든요. 세금 낸 지 얼마 안 됐어요. 애국자라고 좀 해주세요.

매출 대박을 기록하는 나만의 전략이 있다면 쇼핑호스트의 경우 아나운서 지망생이었던 분들이 많아요. <바른말 고운말>을 바로 진행해도 될 만큼 정갈하게 말하잖아요. 그 사람들 속에서 전 남다르고 싶었어요. 처음 홈쇼핑을 시작할 때 ‘총각네 야채가게’ 대치점에 가서 전략을 따왔어요. 아침 일찍 가서 알바생의 자세로 배웠죠. 거기 고객들은 대부분 사모님 소리를 듣는 분들인데, 직원들이 무조건 ‘누님’이라 부르더라고요. 어떤 사모님이 오셨는데, 한 총각이 바로 두 손을 들더군요. “누님, 지난번 수박 맛없었죠? 내가 사과할게. 이렇게 벌서잖아. 용서해줘. 이번 수박은 정말 믿고 사가봐.” 그렇게 노홍철 이상의 싹싹함으로 물건을 팔더라고요. 남다른 판매 전략을 몸으로 느끼고 ‘이거다’ 했어요. 저도 ‘누님 전략’을 짜고 프로그램 이름도 ‘문천식의 총각네’라고 했어요. 40~50대 고객이 많은 방송도 있어 요즘엔 누님과 어머님을 적절히 섞어 쓰죠. 유쾌하고 넉살좋게 다가가려 노력했던 게 비결 아닌 비결이에요.

한쪽에선 “문천식 이젠 별걸 다하네”란 반응도 있던데요 저도 알아요. “저놈 돈독 올랐네”, “가리는 게 없네” 하는 얘기도 듣죠. 물론 인정해요. 맞는 얘기거든요. 돈이 필요하죠. 만약 아직 결혼을 안 했다면 어떻게든 코미디 콘텐츠를 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가장이잖아요. 열심히 하면 돈이 들어오는데 그걸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요? “전 1년에 1억 이상은 절대 안 벌 겁니다” 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요? 돈 많이 벌어 저축하자, 생각했어요. 자식도 둘이고, 우리 아들 치료비도 벌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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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은 해지스, 슈즈는 미넬리,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주완이 건강은 어때요? 얼마 전 방송을 보니 상태가 많이 호전된 것 같던데 말 그대로 난치병이에요. 선천성 화염성 모반과 녹내장을 갖고 태어났죠. 태어난지 일주일 만에 수술을 하긴 했지만, 의사 선생님이 오른쪽 눈이 안 보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시력을 잃진 않았어요. 아주 잘 보이는 정도는 아니지만 0.1쯤 되는 것 같아요. 주완이가 날아가는 나비를 알아보면 그렇게 기쁘고 감사할 수가 없어요. 어떤 분들은 지적 장애가 있냐고 물어보는데, 전혀 아니에요. 똑똑하게 잘 크고 있어요. 다만, 주완이가 아주 어릴 때 의사 선생님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좋지 않은 쪽의 이야기까지 하더군요. 화염성 모반 환자 가운데 녹내장이 동반될 만큼 증세가 안 좋은 아이는 스터지웨버 증후군이라는 지적 장애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요. 다행히 그 병이 주완이에게는 오지 않았고, 시력이 조금 나쁜 정도가 됐어요.

수술을 계속 받나요? 주완이는 안구 한쪽이 더 커요. 비대칭이죠. 화염성 모반 환자들은 치료를 못 받으면 얼굴이 심각한 비대칭이 돼요. 그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해 꾸준히 치료를 받는 거죠. 아이가 성장하니 모세혈관도 자연스레 확장되잖아요. 자꾸만 붉어지는 부분을 수술로 억제시키는 거예요. 두 달에 한 번씩 전신마취하고 레이저 치료를 받는데, 주완이도 괴로워해요. 15번쯤 수술을 받으면 좋아진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19번을 받았어요. 병원에서는 앞으로 수술을 더 해야 한다는데, 주완이가 너무 고통스러워해서 걱정이에요. 하루 이틀은 계속 구토를 하고 일주일쯤 피멍도 안 가시니까…. “아빠, 안과는 괜찮은데 피부과는 너무 싫어요” 할 땐 미안하고 안타까워요. 하지만 부모로서 더욱 단단해져야죠.

언제까지 치료를 받아야 좀 괜찮아지는 건지 언제까지가 있을까 모르겠네요. 지나가는 사람들은 고맙게도 “눈이 왜 부었어?”, “어디 부딪혔니?” 하고 묻지만, 그건 우리 가족만 아는 상처예요. 붉은 자국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해야 하는데, 깨끗이 없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대요. 지금도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안 좋거나 매운 음식을 먹으면 빨개져요. 속상하죠.

대개 부성애가 모성애보다는 강하지 않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보면 부성애도 모성애 못지않단 생각이 드네요 아이의 병명을 듣고 의사 선생님에게 물었어요. 병을 낫게 할 방법이 정말 없냐고. “난치병이라 방법이 딱히 없어요. 그냥 잘 먹이고 재미있게 놀아주세요” 하더군요. 처방이 없으니 지나가는 말로 한 거죠. 하지만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거든요. 그래서 와이프가 정말 잘 먹여요. 건강식 재료로 늘 맛있는 음식을 해줘요. 그리고 전 주완이와 잘 놀아줘요. 그거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직장 다니는 아빠는 시간이 없지만 전 시간을 쪼갤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등하원은 거의 제가 담당해요. 주완이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까 싶어 숲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집에 와서도 무조건 운동장이나 놀이터에 나가 저랑 몸으로 놀아요. 대개 부모들은 아이들과 놀 때도 손에서 휴대폰을 못 놓잖아요. 전 휴대폰을 안 봐요. 무조건 아이에게 집중하죠. 저 스스로 육아책을 읽고 공부도 많이 했어요. 요즘 제가 놀이터에 나타나면 동네 아이들이 모여요. 뭐든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는 법이잖아요. 주완이가 조금 아프게 태어났지만, 이렇게 놀아주는 아빠를 두었다는 득은 있어야죠.


"제가 아니면 주완이를 못 키운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조물주가 주완이를 다른 집으로 보내지 않고 우리 집으로 보낸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우리 가족의 정신건강에도 좋을 거예요. 힘들지 않아요. 덤덤하죠. 제 인생의 일부니까요. 주완이가 조금 아프게 태어났지만, 이렇게 놀아주는
아빠를 두었다는 득은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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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는 에스플러스, 티셔츠는 비슬로우, 팬츠는 트루릴리전, 슈즈는 미넬리.

몇 달 전엔 딸 주아가 태어났어요. 둘째는 사랑이라던데, 부모 마음은 어땠나요 둘째는 제발 건강하게만 태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랬더니 정말 건 강하게만 태어났어요. 4대째 예수님을 믿는 집안에 보살님이 태어났네요. 하하. 우리 부부가 외모에 대해선 객관적이고 냉철하거든요. 물론 사랑스럽지만요. 와이프는 주아도 예쁘지만 첫째 주완이가 더 좋대요. 유전적 질환이 아닌데도 자기 때문에 주완이가 아프게 태어난 것 같아 마음 한쪽이 무겁대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아들이 아픈 게 아닌가 싶죠.

아내 사랑도 유명해요. 특히 연애 과정이 화제였죠. (스튜어디스였던 아내에게 한눈에 반한 문천식은 비행 중 바로 말을 걸면 가벼워 보일까봐 이름만 확인한 뒤 SNS에서 같은 이름을 모조리 뒤져 쪽지를 보냈고, 어렵게 만난 연인을 위해 출퇴근 픽업서비스를 자처해 1년에 7만킬로미터를 운전했다.) 그렇게 열렬한 연애 과정을 거쳐 결혼했는데, 달라진 점이 있나요 이젠 사랑보단 의리가 베이스인 가족이 됐죠. 전 최대한 와이프에게 예의를 지키고 싶어요. 남자가 마음고생, 몸고생 두 개 다 시키면 나쁜 남자라 생각해요. 그중 하나만 시키면 평범한 남자, 그중 아무것도 안 시키면 대단한 남자라 생각하죠. 어떤 고생도 안 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마음고생은 좀 할 거예요. 그 대신 노력해요. 결혼 7년 차인데 지금까지 와이프가 분리수거랑 걸레질은 한 번도 안 했어요. 내가 분리수거를 하거나 음식물쓰레기를 버려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괜히 궁색하고 자존감이 낮아지거든요. 정말 예뻐서 결혼한 와이프에게 초라함을 느끼게 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와이프는 집안일 중에서 최대한 요리만 해요. 게다가 제가 깔끔병이 좀 있어서 이런 역할분담이 가능하죠.

대단한 남편이네요. 남자가 가장이 되면 가장 달라지는 건 무엇이던가요 욕심을 내려놓게 되죠. 놀러가고 싶고, 친구와 술 마시고 싶고, 운동하고 싶고, 옷도 아무 데나 막 벗어던지고 싶고, 수염 기르고 싶고…. 남자들 대부분이 그렇거든요. 하지만 가장이 되면 경제적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그러려면 싫어도 일을 해야 하고, 규칙적으로 살아야 하고, 실수를 하지 않아야 연봉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죠. 내 본능을 최대한 제어하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거예요. 적어도 전 그래요. 결혼 초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10년 넘게 연예계 생활을 했는데 집도 한 채 못 사고 전세로 시작하니 더 잘해줘야겠다 싶었어요. 경제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싶었죠. 그때 한 번 철이 들었고, 주완이가 태어났을 때 또 한 번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 아이가 건강해질 때까지, 바르게 클 때까지 제 꿈은 잠깐 대기 중이에요. 내가 하고 싶은 코미디는 나중에 하면 되니까 잠깐 내려놓았죠.

그 꿈이 뭔지 궁금한데요 사실 제 꿈이 굉장히 커요. 로베르토 베니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분은 본업이 코미디언인데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명작을 만들었거든요. 하나의 필름 안에 전쟁과 역사적 사건, 부성애, 사랑, 가족, 인생이란 가치를 다 버무려놓은 거죠. 그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코미디언이 이런 영화를 만들까 소름이 끼쳤어요. 저도 언젠간 로베르토 베니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고, 그 꿈을 버리지 않았어요. 언젠간 코미디 영화를 만들 거예요. 우리나라 구조상 코미디언이 코미디 영화를 만들면 안 봐요. 오버할 것 같고, 이상할 것 같다고 미리 평가해버리죠. 그래서 코미디 영화에 차승원이나 차태현이 출연하는 거, 아이러니하잖아요. 코미디언이 출연하는 코미디 영화를 잘 만들고 싶어요. 꿈은 원대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잠깐 대기 중이에요. 일단 아이들이 클 때까진 능력 있는 아빠이고 싶어요. 가족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돼야죠. 그리고 50억을 벌든 50살이 되든 둘 중 하나가 되면 은퇴할 거예요. 경제활동을 좀 쉬고 싶어요. 그 뒤로는 제 꿈을 위해 매진할 거예요. 요즘 코미디언들은 <웃찾사>, <개콘>, 빼곤 할 게 없거든요. 희극배우들이 희곡을 써서 희극을 만드는 게 저의 큰 꿈이죠.

그러려면 돈을 많이 벌어놔야겠네요 맞아요. 코미디언들이 코미디 영화 하면 스폰서도 안 붙어요. 성공한 사례가 없으니까. 재주는 많지만 일자리가 없어 백수로 지내는 코미디언들이 아주 많아요. 그 애들 다 불러서 좋은 코미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요. 아, 제가 주인공을 하진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인터뷰가 끝나면 뭐하나요 시간이 조금 늦어 주완이와 하원을 함께하기는 힘들 것 같으니 집에 바로 가서 목욕시켜야죠. 아이들 목욕은 제 담당이거든요. 매일 숲에서 뛰노니 흙먼지가 가득해요. 오늘은 주완이랑 샤워하며 무엇을 하고 놀지 고민 좀 해봐야겠네요. 강인한 남자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놀아 보려고요. 제가 살아보니 남자에게 중요한 게 멘탈이더라고요. 정신력을 키워야 해요. 키가 작아도 짱짱한 남자들 보면 대부분 멘탈이 강해요.

주완이를 멘탈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군요 제 교육 방침이에요. 개그 조기교육도 꾸준히 시켜요. 웃길 줄 아는 사람이 사회생활도 잘하거든요. 여자도 잘 꼬시고요. 저는 제 아들이 매력적인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프다고 의기소침 해질까봐 걱정이에요. 사람들이 얼굴 보고 놀리면 자연스레 감추고 숨기게 되고, 그러면 정신적으로 나약한 아이가 되기 쉽죠. 그래서 말을 잘하는 아이로 키우려 해요. 지금 사시 수술을 한 번 했지만, 언젠가 또 눈의 초점이 안 맞을 거예요. 어른이 돼서도 수술을 해야겠지만, 학창시절에 사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죠. 그럴 땐 주완이가 자학개그를 하면서도 남을 웃길 수 있는 아이가 됐으면 해요. 유머로 승화시킬 수 있게요. “나 어디 보게? 틀렸어, 인마” 하거나 “나 지금 너 좋아해서 얼굴 빨개진 거 아냐!” 하는 식으로라도 자신의 아픔을 감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주완이는 좋겠어요, 이런 아빠를 만나서 제가 아니면 주완이를 못 키운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조물주가 주완이를 다른 집으로 보내지 않고 우리 집으로 보낸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우리 가족의 정신건강에도 좋을 거예요. 힘들지 않아요. 덤덤하죠. 제 인생의 일부니까요.

누군가가 지금 당장 소원을 들어준다면 주완이가 건강하고 씩씩한 아이로 자라는 것, 그리고 우리 네 식구가 행복한 것. 그것뿐이에요. 누가 소원을 들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제가 노력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그러려면 제가 공공의 적이 돼야 해요. “주완이 아빠는 정말 잘해”, “저 집 남편은 못 말려”하는 말을 듣는 게 지금 저의 작은 소원이죠.




에디터:이영민 | 월호:2016년 8월호 | 업데이트: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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