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이하정

정준호 쏙 빼닮은 아들과 이하정
"결혼해서 비로소 어른이 된 기분이 들어요. 신혼 때는 철이 없었거든요. 아이가 생긴 후로 확 바뀌었어요. 시욱이가 우리 부부의 삶에서 굉장히 크고 중요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아이로 인해 저희 부부도 나날이 성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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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장마다. 세찬 비를 가로질러 이하정이 촬영장에 도착했다. 혹시나 남편 정준호가 에스코트해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혼자였다. “남편은 요즘 드라마 <옥중화> 촬영하느라 몹시 바빠요. 오늘도 새벽에 들어와서 쉬고 있거든요. 촬영한다니까 시욱이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현재 제 모습을 남기는 기록이 될 테니 잘해보라고 응원해줬어요.” 평소에도 방송 모니터링은 물론, 스타일링부터 시사적인 조언까지 건네는 남편은 이하정에겐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결혼하면서 그녀 이름 앞엔 ‘아나운서’보다 ‘정준호 아내’란 수식어가 더 자주 붙지만, 남편은 아나운서 이하정의 모습을 가장 지지해준다. “요즘 세상에 집에서 애만 잘 키우라고 하는 남자가 아직 있어요? 남편은 완전히 반대예요. 여자도 자기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헤어메이크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아들 시욱이가 도착했다. 익숙한 엄마 목소리가 들리자 시욱이는 현관에서부터 울음보가 터졌고 그녀는 한걸음에 달려가 아이를 품에 안는다. 촬영장이 낯선 탓인지 시욱이가 선뜻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려 하자 손을 잡고는 밖으로 나간다. “엄마랑 잠깐 나갔다올까요?” 엄마 손을 잡고 비오는 거리를 한참 헤매다 돌아온 시욱이는 그제야 안정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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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정의 블루종 버쉬카, 화이트 플리츠 스커트 마시모두띠. 시욱의 플로랄 셔츠와 쇼츠 젤리멜로. 네이비 컬러의 니삭스 베네베네.

아이 이름이 바뀌었네요 원래 동욱이었는데 발음도 어렵고, 더 좋은 뜻을 담고 싶어 바꿨어요. 이제 29개월인데 어렸을 때 바꿔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아들에게 존댓말을 쓰던데 많이 노력하는 편이에요. 존대를 하면 아이 정서에 좋은 영향을 미친대요. 또 어른을 존중하고 존대하는 교육도 절로 되고요. 제 주위에 유아교육을 전공한 친구들이 많아서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들이 많아요. 제 나름대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요. 아직 어린이집에도 안 보내요. 그냥 집에서 좀더 놀게 두려고요. 남자아이는 여자보다 발달이 느리다고 하잖아요. 적응력 또한 뒤떨어질 텐데, 아직 어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니 마음이 안 놓이더라고요. 좀 더 크면 보낼까 해요. 아래층에 친정어머니가 살고 계셔서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는 덕에 가능한 일이죠.

육아 철학이 있다면 주관이 확고한 아이로 자랐으면 해요. 벌써 고집이 센데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하고 말거든요. 승부욕도 강하고요. 똑부러지게 자기 생각을 표현할 줄 알면서도 지혜로운 아이로 컸으면 해요. 아빠 닮았으면 아마 리더십도 강하고 사람도 좋아할 것 같아요. 너무 어리니까 지금은 마냥 잘 놀아주고 있어요.

아이와는 어떻게 놀아주나요 되도록 많이 보여주고 들려주려 해요. 정시아씨, 소유진씨와 친해요. 아이들도 비슷한 또래라 금세 친해지더라고요. 얼마 전엔 아쿠아리움 가서 놀았어요. 아이들은 정말 즐거워하는데, 사실 아이들 데리고 외출하면 너무 힘들어요. 체력적으로 금세 지치니까요. 내가 왜 나왔을까, 후회가 밀려오곤 하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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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정의 슬리브리스 톱, 핑크 재킷과 팬츠 모두 조르쥬레쉬. 메탈릭한 스틸레토힐 헬레나앤크리스티. 시욱의 그레이 컬러의 수트 젤리멜로, 블랙 스트랩 샌들 빔보빔바, 모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직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사세요? 한남동 엄마들끼리도 커뮤니티가 있는지 궁금한데 아이 태어나고 남산 아파트 단지로 이사했어요. 제가 직장생활을 하니까 아파트 엄마들과 자주 교류하진 못해요. 가끔 공원 산책할 때 마주치면 인사나 나누는 정도죠. 대신 올케와 친하게 지내요. 남동생 부부가 같은 아파트에서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살거든요. 하루에 몇 번씩 만나는데다, 아이들 나이가 비슷해서 더욱 가깝죠. 정보도 많이 공유하고요. 무엇보다 올케가 요즘 젊은 사람답지 않게 수더분하고 대화도 잘 통해요. 저희 친정식구들에게도 정말 잘하고요. 시욱이도 예뻐하면서 잘 봐주니 전 마냥 감사하죠. 나이 들어갈수록 가족이 최고라는 걸 절감해요. 결국 남는 건 가족이더라고요. 서로 이해하고 도와가며 오순도순 지내는 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 같아요.

시댁식구와도 친하게 지내나요 내일도 만나요. 시어머니 생신이거든요. 시댁 모임이 많아서 꽤 자주 모이는 편이에요. 남편이 4남매 중에서 가장 늦게 결혼해 조카들은 이미 다 컸어요. 시욱이가 제일 막내라 귀여움을 듬뿍 받고 있답니다. 고부갈등이요? 저희 시부모님은 정말 좋은 분들이세요. 대개 고부갈등은 시부모님께서 며느리에게 바라는 게 많을 때 생기더라고요. 저희 시부모님은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저희가 재미있게, 자유롭게 살면 그것만으로도 좋아하시거든요. 터치도 전혀 없으시고요. 아직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시는데, 수확철이 되면 손주 먹으라고 이것저것 챙겨서 택배로 보내주셔요. 제가 더 잘해야하는데, 일하면서 아이 키우다보니 여유가 없네요. 늘 반성하고 있어요.


"핏덩이 같은 아이를 떼어놓고 직장으로 가야 하니까 우리나라 워킹맘들이 얼마나 가슴 아플까요. 하지만 엄마도 밖에서는 사회인이잖아요. 본인이 맡은 일을 하면서 자아를 성취하고 자기계발을 하는 것도 중요하죠. 그렇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일해야 죄책감이 덜 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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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정의 러플 장식이 돋보이는 블루 드레스 래비티. 시욱의 레이스 펀칭 디테일의 핑크 셔츠와 쇼츠 모두 젤리멜로.

정준호씨는 아이 욕심이 많다고 대놓고 말하던데요. 둘째 계획이 있는지 남편이 4남매로 커서 그런지 넷을 원하네요. 아이들 많은 게 좋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아요. 넷에서 셋, 이젠 둘로 점점 줄고 있어요. 둘째가 생기면 좋을 것 같긴 해요.

정준호씨 직업이 배우라 조금 남다르잖아요. 가족과 생활 리듬이 안 맞을 수도 있고요. 평소 집에서는 어떤 아빠인가요. 집에서 정준호씨 모습이 궁금하네요 집안일을 썩 잘 도와주는 건 아니지만 저에게 부담은 안 줘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이거 차려줘’ 하지 않고 알아서 챙겨 먹죠. 촬영 중간중간 하루에도 몇 번씩 아들이 보고 싶어 영상통화도 하고요. 또 시간이 나면 무조건 시욱이랑 놀아줘요. 자상한 아빠죠. 아기 때부터 손발톱을 아빠가 깎아줘서인지 시욱이도 다른 사람에겐 손톱을 잘 안 내밀어요. 저보다 아빠가 더 편하고 좋은가봐요. 늦게 얻은 아이라 시욱이에게 무조건 잘해주고 싶은 것 같은데, 그 마음이 행동으로 잘 연결이 안 될 때도 있더라고요. 남편이 친하게 지내는 형들이 많은데, 그분들은 이미 자녀들이 다 커서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편이에요. 아이에게 말을 할 땐 ‘~해’ 하는 명령보단 ‘우리 이거 할까’ 하고 부드러운 권유형으로 말하는 게 좋다고 알려주죠. 아이들이 크면서 아빠와는 멀어진다잖아요. 아무래도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아빠가 워낙 바쁘다보니 시욱이가 아빠를 어색해할까봐 걱정도 되지만 그만큼 많이 노력해요. 새로운 장난감을 건넬 때도 “이건 아빠가 선물해주신 거야” 하면서요. 아빠 얼굴을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엄마인 제가 그 빈자리를 채워주려고 하죠. 저희 사는 것도 여느 집이랑 다를 게 없어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부모가 될까 궁리하고 노력하는, 평범한 모습이죠.

결혼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뭔가요 비로소 어른이 된 기분이 들어요. 신혼 때만 해도 지금과는 달랐어요. 조금은 철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아이가 생긴 후로 확 바뀌었어요. 둘에서 셋이 되니, 시욱이가 우리 부부의 삶에서 굉장히 크고 중요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삶의 기준이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요. 아이에게 존경받는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키우면 잘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함께 나누죠. 아이로 인해 저희 부부도 나날이 성숙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잖아요. 엄마가 되면서 삶이 바뀐다고요 맞아요.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남편과 제가 세상의 중심이었다면 이젠 뭐든 아이를 중심에 놓고 보게 되니까요. 잘 먹고 잘 사는 게 끝이 아니잖아요. 튼튼한 몸 못지않게 건강한 정신과 올바른 마음가짐도 필요하죠. 무엇이 옳고 그릇된 것인지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도 부모로서 중요한 역할 같아요. 저흰 또 신앙이 있으니, 그 안에서 아이를 잘 양육하려고 노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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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정의 오버롤팬츠 디데무, 슬리브리스 톱 구호, 샌들 세라. 시욱의 티셔츠 젤리멜로, 셔츠와 팬츠 베네베네, 우산과 슈즈는 모델 소장품.

매일 아침 직장에 나가는 워킹맘이에요. 배우와는 다른 직업이잖아요. 우리나라 워킹맘들이 느끼는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 같은데 아나운서는 연예인과는 다른 직업이죠. 정해진 시간에 출근과 퇴근을 해요. 전 아침 일찍 방송을 시작하고 낮 3시쯤 퇴근해요. 아침에 시욱이가 일어났을 때 엄마의 부재를 느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미안하지만 퇴근을 일찍 해서 낮에 함께 있으니 다행이죠. 아이와 함께 있을 땐 최선을 다해 놀아주려고 해요. 하지만 앞으로 다른 프로그램을 맡게 되면 하루를 거의 직장에서 보내야 할 테니, 어쩔 수 없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겠죠.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워킹맘들 심정이 이해돼요. 핏덩이 같은 아이를 떼어놓고 직장으로 가야 하니까 가슴이 얼마나 아플까요. 하지만 엄마도 밖에서는 사회인이잖아요. 본인이 맡은 일을 하면서 자아를 성취하고 자기계발을 하는 것도 중요하죠. 그렇게 스스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일해야 죄책감이 덜 들 것 같아요.

일하면서 느끼는 미안함을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엄마에겐 모성애라는 게 있잖아요. 아이를 보호하고 지켜주고 싶은 감정이죠. 일하러 가야 하는 상황에서 망설여지고 마음이 약해지는 건 당연해요. 항상 아이 곁에 있는 엄마들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적으니까 죄책감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인 것 같아요. 그러나 전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출근해요. 시욱이가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제가 지금 일하는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시욱아, 엄마는 회사에서 엄마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너와 항상 함께 하려고 늘 노력했단다” 하고 말하면 제가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그 에너지로 힘을 내요.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도 많잖아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고요 물론이죠. 회식도 빠지고 1박2일 워크숍은 엄두도 못 내죠. 조직생활에서 내가 민폐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돼요.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게 필요하지만, 그래도 전 지나치게 일에 치중하려고 하진 않아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면 엄마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하다면서요? 그 시기가 제겐 혼란과 격동의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그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할래요. 지금은 제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아이와 재미있게 지내면 되니까요. 계획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현재에 충실하기, 직진만 하기. 지금 제 삶의 모토예요.

성공한 방송인도 많잖아요. 커리어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저는 지금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하고 감사해요. 방송 욕심은 크게 없어요. 순리에 맡기는 편이에요. 여유롭게 즐기면서 물 흐르듯 사는 게 제일 마음 편하고 좋은 것 같아요. 그것만큼 감사한 게 없죠. 아! 저의 육아 경험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은 한 번쯤 맡아보고 싶어요.

이루고 싶은 가정의 모습이 궁금해요 그냥 우리 세 식구가 함께 밥 먹고 놀러가는 거요. 남편이 너무 바쁘다보니 남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저희 가족에게는 굉장히 감사하고 소중해요. 그래서 촬영이 없는 날엔 되도록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려 노력해요. 아이와 수영장을 가거나 근처 공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그리 행복할 수 없어요. 지금은 셋이지만, 넷 혹은 다섯이 될지 모르는 저희 가족이 항상 다복하고 화기애애하게 지냈으면 해요. 서로에게 힘이 되는 가족이 제가 꿈꾸는 가정이죠. 제 꿈은 그것 하나예요.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 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시욱아, 엄마는 회사에서 엄마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너와 함께 하려고 노력했단다” 하고 말하면 제가 자랑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그 에너지로 힘을 내요.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 일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시욱아, 엄마는 회사에서 엄마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너와 함께 하려고 노력했단다” 하고 말하면 제가 자랑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그 에너지로 힘을 내요."


에디터:이영민 | 월호:2016년 8월호 | 업데이트:201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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