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핫태 기안84

<무한도전> 이어 <라디오스타>까지 웹툰 작가 기안84
20대 초반의 에디터가 잠시 미술학원 강사로 일할 때 함께 근무했던 선배 강사가 <무한도전>에 출연했다. 기억 속 그는 기안동에서 1984년에 태어났기 때문에 필명을 ‘기안84’로 지었다는 엉뚱한 오빠. 웹툰 작가로 빵빵 터트리더니 <무도>에서 ‘0% 가식남’ 캐릭터를 얻으며 확 떴다.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어딘가 짠내가 나지만 인간적인 모습으로 매력 어필에 성공한 기안84, 본명 김희민을 그가 지금 사는 분당의 작은 북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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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무도>까지 출연할 줄은 몰랐다 나도 아직 얼떨떨하다. 사실 작년, 재작년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도 몇 개 했다. 그때는 내가 방송하는 걸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확실히 공중파의 위력이 대단하다. 알아보는 사람도 많고, 기분 좋다.

갑자기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져 부담스럽지는 않나 만화 그린 지 햇수로 7~8년째다. 물론 그전에 무명 만화가로 보낸 시간이 또 4년이다. 훌륭한 만화는 아니지만 열심히 그리는데 사람들이 안 알아봐주니 서럽더라. 만화가도 스스로를 알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방송 섭외에 흔쾌히 응했다.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 전보다는 행동과 말을 훨씬 더 조심해야 하는 게 불편하지만, ‘무명한’ 만화가 말고 ‘유명한’ 웹툰작가가 되고 싶다. 아직까지는 사인도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고 사진도 같이 찍고, 재미있다.

화성시 기안동에 살고 1984년생이라 기안84라고 했는데, 분당에다 집을 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유? 이유는 딱히 없다. 그전에는 기안동 어머니 집에서 살았지만, 어머니가 제주도로 가시는 바람에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말년이 형(웹툰작가 이말년)과 반지하에서 살았는데 형이 결혼해 나에게서 독립했다. 그다음엔 방송에서 보였듯이 7개월을 회사에서 살았다. 그러다 회사 대표님이 근처에 집을 구하라고 해서 구했다. 끝이다.

막말로 ‘막’ 사는 모습이 방송에 그대로 표현됐다. 장가도 가야 할 텐데 이미지 관리 좀 하는 게 어떨까 나는 연예인이 아니라 만화가다. 가식으로 나를 포장하고 꾸미고 싶지는 않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싶고(이래 보여도 나 인기 많다!), 결혼은 아직 생각 없으니 더욱 상관없고. 장담컨대 20~30대 혼자 사는 남자들은 99.5% 나랑 같다.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어느새 내 모습에 공감하고 있을 거다.

기안84의 가식 없는 미니멀 & 내추럴 라이프가 어필이 되는 세상이다. 시대를 잘 만난 것 같다. 말이 좋아 미니멀 라이프지 게으른 거다. 내 집도 아닌데 꾸미고 채우고 싶지 않다. 지금처럼 먹고, 자고, 씻고 세 가지만 가능하면 훌륭하다.

<나 혼자 산다>에서 전현무를 태웠던 10년 된 오토바이에 번호표가없어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신고를 당했다고 나에겐 추억도 많고 소중한 녀석(?)인데 안 그래도 요즘 골칫거리였다. 내가 무심했지. 오토바이에 번호표를 달았어야 하는데, 법이 바뀐 줄도 모르고 방송에서 당당하게 타다니. 기분 좋게 벌금 내고 번호표 달고 타야지.

이쯤 되면 궁금하다. 얼마나 벌었나 방송, 만화에 붙는 광고료, 연재 중인 <복학왕> 원고료, <패션왕> 원고료 등이지 뭘. <패션왕> 연재할 때 영화도 찍었고, 홍보용 만화도 그려서 꽤 많이 벌었다. 어머니께 제주도에 집 한 채 사드리고, 차 사고, 분당에서 반전세에 사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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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작가의 생활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대로인가 먹고살려면 연재 만화 하나로는 빠듯하다. 하루 최소 4시간에서 많으면 10시간 이상을 작업하는, 정신없고 바쁜 생활이지만 할 만하다. 수입이 좋으니까. 지각 때문에 욕도 많이 먹었다. 내가 또 지각의 아이콘 아닌가.

만화가의 꿈은 이뤘지만, 순수미술을 전공한 것치고는 그림 실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지금 은근히 ‘디스’하는 건가? 소묘는 자신 있다. 방송 안 본 것 같은데, 전현무씨를 그린 그림이 지금 반응 최고다. 내 만화 그림은 쿨하게 인정한다. 아직도 그림 그리는 건 어렵다.

그림에 집중하기 위해 스토리텔링 작가가 필요하진 않나 사실 스토리에 대한 압박과 불안 때문에 공황장애가 온 적도 있다. 하지만 내 이야기와 상상력으로 만화를 그리는 게 재미있다. 스토리텔링 작가는 의미 없다. 내 만화가 공감을 많이 사는 것은 내 경험에서 나오는 현실적인 내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패션을 전혀 모를 것 같은데 <패션왕>을 그렸다 이래 보여도 어릴 땐 옷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처럼 살이 찌지도 않았고 나름대로 멋있었다(웃음). 20대 초반 나의 패션 우상이었던 ‘김상혁’의 저지 스타일을 좋아했는데, 똑같은 옷을 구입해서 흉내도 내보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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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패션왕>, <복학왕> 등은 주부들이 좋아할 웹툰은 아니다. 방송으로 얼굴을 알린 뒤 누나팬 좀 생겼나 내 만화를 보신 것 같지는 않지만 알아보는 아줌마들은 꽤 있다. 인사도 건네주시고 심지어 사인 요청까지 하신다. 내 얼굴이 좀 더 알려지면 만화에도 관심을 가져주시지 않을까? 주부들도 가볍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 입장에서는 선전성 등 웹툰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있다 편견은 갖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내 만화가 가끔 비현실적인 내용도 그리고 엄마 입장에서 걱정될 만한 표현도 있겠지만, 현실성을 강조해 오히려 공감과 조언을 주는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을 보면 만화 보고 반성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 같고. 예를 들어 “아, 이렇게 공부하다가는 우기명처럼 되겠구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웹툰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웹툰은 재미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악영향을 끼칠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선정성 문제가 있는 웹툰은 자체적으로 레벨을 매겨 청소년이 볼 수 없게 차단하기도 하고. 물론 부모님 아이디나 형 아이디를 빌려 보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그 시절에만 생기는 호기심으로 가볍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웹툰도 우리가 어릴 때 보던 만화책이랑 똑같다.

웹툰작가가 되고 싶은 학생에게 조언을 한다면 이런 질문은 조금 쑥스럽다. 사람마다 다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만화가 좋다고 해서 애니메이션이나 웹툰 등 만화에만 치중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주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다.

앞으로의 꿈은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마흔 살까지 만화를 그리고 싶은데, 그때까지 내 만화를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에디터:김태환 | 월호:2016년 8월호 | 업데이트:201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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