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의 진짜 얼굴들

지금까지 프런트맨 장기하에게만 집중했다면, 이젠 얼굴들의 얼굴들도 익혀야 할 때다.
별일 없이 산다던 여섯 남자는 데뷔 이래 수없이 많은 별일을 겪었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독특한 구어체 가사와 시크한 퍼포먼스로 ‘인디계 서태지’로 군림하는가 하면, 두 장의 정규 앨범으로 수많은 히트곡을 생산해내며 남녀노소 불문 다양한 팬층을 확보했다. 송골매, 산울림 등 대선배들의 무드를 그들만의 음악으로 재해석한 이들은 늘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번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는 ‘장얼쌀롱’이란 이름으로 그간 고수해온 록 편성에서 벗어나 히트곡을 색다른 구성과 편곡으로 선보였다. 강렬한 록사운드만 들려주던 그들이 새롭게 보여준 나지막하고 조용한 포맷의 공연에 대해서는 ‘장얼’의 또 다른 얼굴을 보았다는 평이 일반적. 이제 3집 업데이트만을 기다리고 있다. 올가을이면 발매된다는데, 좀더 단순하고 좀더 강해질 거라니 더더욱 기대된다. 부담 따윈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네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하고 말해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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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기타 양평이형, 건반 이종민, 드럼 전일준, 보컬 장기하, 베이스 정중엽, 기타 이민기

3집이 올해 나오는 건 확실한가요. 3년째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기하 올해 안엔 확실히 나옵니다. 녹음은 많이 진행됐고, 준비도 마쳐가요. 중간중간 다른 활동을 하다보니 늦어졌네요.

그럼 좀더 기다려보죠. 그나저나 시트콤 <감자별>로 연기자 수식어를 단 장기하씨 외에 얼굴들까지도 <무도>를 비롯해 여러 방송 출연 후 얼굴들이 훤해졌어요. 정중엽씨는 ‘망원동 이정재’, 전일준씨는 ‘장얼의 아이돌’이란 별명이 있던데요
정중엽 ‘망원동 이정재’는 사실과 무관합니다. 하하.
장기하 중엽, 일준 외에 양평이 형이 최근 카메라를 많이 받긴 했죠.

장기하씨는 패션광고까지 찍었던데요. 장기하 연관 검색어에 ‘잘생김’이 뜨던데, 비결이 뭔가요
장기하 나이도 먹었고 피부도 삭았고. 제가 잘생겨졌을 리 없잖아요. 그렇지만 카메라 마사지라는 건 있는 것 같아요. 사진 찍을 때 얼짱 각도로 눈을 좀 크게 뜬다는 저만의 비법도 통하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 성형설 돌았으면 했는데, 이번 기회에 밝히네요. 전, 성형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 말 저도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인터뷰할 때 장기하씨만 계속 말하네요. 다른 멤버들은 원래 이렇게 말이 없나요
이민기 얼마 전 공연을 했는데, 대기실에서 10분 동안 서로 아무 말 없었어요. 늘상 있는 일이에요.
이종민 저희에겐 이런 조용함이 평범한 일상입니다.
장기하 술 먹으면 좀 수다스러워지긴 하는데. 말이 없다고 상대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거나 그런 건 아니니 오해마세요.

커피 대신 소주를 사왔어야 했네요
장기하 알고보면 선한 사람들이에요. 저도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인터뷰를 하기 때문에 지금 얼마나 당황스러우실지 짐작이 가네요.

여태껏 방송에 제법 출연했어요. 밴드 활동에 득실이 있을 것 같은데
장기하 지나고 나면 잃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우리 밴드 이름을 알릴 수 있어 득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요. 또 보시다시피 저흰 수다스럽거나 재미난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예능에 출연하면 되게 어색하거든요. 리액션도 못하고. 하지만 그런 모습조차도 저희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장기하씨는 연기해보니 어때요? 앞으로 계속 도전하고 싶나요
장기하 사실 촬영 중일 땐 제발 빨리 끝났으면 했거든요. 대기 시간도 너무 길고, 되게 추웠고. 그런데 막상 종방연 하고 나니 굉장히 아쉽고 슬퍼요. 힘든 기억은 싹 사라지고 아쉽기만 해요. 기회가 되면 꼭 하고 싶어요.

장기하의 연기, 멤버들의 평가는
이종민 멤버들 모두 집에 TV가 없어요. 미안해요.
장기하 사실 저도 없어요. 멤버들 대부분 팬카페에 올라온 짤방이나 스틸들만 봤을 거예요.
양평이형 <무도> 직후라 저도 <감자별>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대사 외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어요. 김병욱 피디님은 토씨 하나 안 틀리게 대사를 해야 오케이하시기 때문에 엄청 고생했어요. NG도 많이 냈고요.

여성팬도 많이 늘었을 것 같아요. 특히 양평이형!
양평이형 진짜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와 멋지다” 하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저 보면 “하하하하” 하고 그냥 웃어요. 그게 인기가 있는 건가요? 전 잘 못 느끼겠는데.

해석하기 나름 아닐까요. 웃을 만큼 좋다는 뜻으로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장기하 많아요. 2008년부터 햇수로 7년째 공연을 하다보니 얼굴 보면 알 만한 팬들이 꽤 많아요. 친구 같죠. 지방 공연 가면 도시락 싸서 갖다 주시는 분도 계시고요. 일본에서 꼭 오시는 분들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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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여심 공략할 만한 달달한 노래 부를 의향은 없나요
이종민 일부러 달달한 노래를 하긴 싫어요.
이민기 저희 기준엔 1, 2집도 꽤 달달한걸요.
정중엽 달달함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초콜릿 정도 먹어야 달달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쌀밥을 씹어도 달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우리 멤버들이 그런 것 같아요. 무뚝뚝한 건 아닌데, 음악에서는 오글거리는 걸 유독 싫어해요.
이민기 기하가 만약 가사를 달달하게 쓰면 짜증날 것 같아요. “집어치워!” 하고 소리치겠죠.
장기하 자, 보시다시피 사랑 가사엔 모두 이런 반응이에요. 서로의 가치관이 잘 맞기 때문에 밴드를 같이 할 수 있는 거죠.

연습 없는 날은 뭐하나요
장기하 멤버들이 함께하는 취미는 술인 것 같네요.
양평이형 전 술 별로 안 좋아해요. LP 모으는 게 취미라 사러 다니고 여행하는 거 좋아해요.
양평이형만 술자리에 없는 건가요
양평이형 소주는 즐기지 못해요. 애들이 거의 매일 만나 소주를 먹어서 원….

가장 카리스마 있는 멤버는
이종민 양평이형 아닌가?
양평이형 카리스마는 대체 어떤 걸 말하는 건가요. 멤버들끼리 잘 만나는데 저한테는 거의 연락도 안 하던데요. 나도 물론 그렇지만.
장기하 형이 피하잖아요. 술 마시자고 할까봐.
양평이형 우리가 매일 만나 술 먹어야 할 필요가 있냐? 전 멤버들끼리 너무 친하면 오래 못 간다고 생각해요. 어떤 부분에 대해선 냉정함이 있어야 해요. 커플도 그래요. 여자친구가 있을 때도 매일 안 만나요. 서로 자기 시간을 가져야죠. <도라에몽>에서 ‘너의 것은 너의 것, 내 것은 내 것’이라는 대사가 나와요. 각자의 세계를 존중해줘야죠. 그것 보고 뭐라고 하는데…. 네이버 검색 좀 해봐.
일동 오, 카리스마!
양평이형 맞다! ‘자이어니즘’이라고 해요. 각자의 세계를 존중해야 하는 것. 다른 음악 취향을 가진 여섯 명의 멤버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오래간다고 생각해요.
장기하 오늘 되게 의미 있는 시간이네요.
양평이형 맞아요. 인터뷰할 때 서로 속마음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말 나온 김에 묻죠. 장기하씨 혼자 활동을 많이 하는데 질투한 적은
이종민 각자 달란트가 다른 거니까. 나라면 절대 못했을 거예요. 가끔 운전하다 라디오를 들으면 같은 멤버인데도 잘한다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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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분위기를 조금 바꿔서 질문해볼게요. ‘우리 지금 만나’ 하고 연락하면 당장 나올 사람은 몇 명 정도
이종민 열 명? 부모님, 친구들, 밴드 멤버들, 대표님도 나오실 것 같고.
정중엽 저도 열 명.
이민기 여섯 명 정도.
장기하 한 다섯 명?

당장 만나면 뭐 하나요
장기하 술 한 잔. 아니면 음악 신청할 수 있는 바에 가거나, 흥이 나면 춤을 추기도 하고. 클럽은 가보긴 했는데, 소위 유행하는 클럽 음악은 제 취향은 아닌 것 같아요. 또 막상 가면 재밌게 놀기도 하지만요.
이종민 맛있는 술 한 잔 마신 다음, 악기 꺼내서 버스킹을.
정중엽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한강 가서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요즘 ‘그렇고 그런 사이’가 있다
정중엽 새로운 밴드를 만들어서 그 친구들과 그렇고 그런 사이인 것 같아요. 마치 연애 초기 감정처럼 설레고 있죠.
양평이형 관심 있는 여자?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결혼하고 싶어요.
장기하 지금으로선 그렇고 그런 사이는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질문 받으면 제 대답은 늘 노코멘트예요. 없다 그랬는데 생길 수 있으니까.
이민기 전 연애 중이에요.

연애할 때 어떤 타입인가요
이종민 여자친구를 많이 예뻐하려고 노력하는 남자.
정중엽 소위 밀당을 못해요. 무조건 잘해주는 타입이죠.
장기하 다정다감하게 잘 챙겨주는데, 그러려면 진짜 내 마음에 들어야죠. 음, 거슬리는 게 없는 사람이 좋아요. 그래야 잘 챙겨주지.
양평이형 한국 여자와 연애하면 굉장히 진한 사이가 되는 것 같아요. 친한 게 아니라 진한 사이요. 30분에 한 번씩 전화하고, 같은 옷을 입고 다녀야 하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한편으론 좋아요.

멤버 중 가장 나쁜 남자를 꼽는다면?
정중엽 나쁜 구석은 다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그중 리더가 가장 나쁘지 않을까요. 록밴드 리더라면 여자에게 가정적이고 다정하면 매력 없잖아요. 많은 여자들이 생각하기에 ‘나도 저 남자와…’ 하는 상상을 할 수 있어야 리더죠. 하하하.

양평이형 부모님은 일본에서 유명한 배우라는 게 방송을 통해 알려졌어요. 별장에 놀러가본 멤버들도 화장실이 거실만 하다고 하던데요
양평이형 도쿄에 있는 집은 소박해요. 아버님은 스테이트 하우스가 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별장이 좀 큰 건 사실이에요. 그렇다고 여기저기 집이 많은 것도 아니에요. 물론 아주 부자는 아니어도 불편함 없이 살아온 건 맞아요. 하지만 재벌은 아니란 걸 말하고 싶네요.

‘싸구려 커피’를 마신 추억이 있다면
이종민 기사식당에서 양념에 쩔어 있는 밥을 먹고 싸구려 커피 한 잔을 마시죠.
정중엽 종민이랑 같이 기사식당에서 늘 마셔요.
이민기 없어요. 제가 카페인에 예민해서 커피는 못 마셔요. 하하.
전일준 ‘싸구려 커피’ 노래가 나왔을 때 고3이었어요. 부모님 품에서 따뜻한 밥 먹고 도시락 먹고 다닐 때라 별로 마신 적이 없어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별일을 꼽는다면?
이종민 축구를 그만두고 음악을 시작한 것.
정중엽 저도 음악을 시작한 게 별일이겠죠. 뱅뱅이 안경 끼고 평범하게 공부 열심히 하다가 고3 때 음악을 시작했거든요.
장기하 ‘장기하와 얼굴들’ 하게 된 거죠. 뻔한 답이지만 그 이상의 별일은 없으니까요.
양평이형 한국의 록이 단순히 좋아서 한국에 건너와 음악을 시작한 것.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요
정중엽 오랜 시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밴드를 물었을 때 ‘장얼’ 이란 대답을 들을 수 있는 음악.
양평이형 어떤 음악을 하고 싶다는 계획을 세우면 그 계획 때문에 망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계획 안 세워요. 지금껏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기 때문에 한국까지 와서 현재 장얼 멤버까지 된 거거든요. 자연스럽게 지내다보면 뭐든 되겠죠.
이종민 저도 제가 어떤 음악을 할지 궁금해요. 나오는 대로 쓸어 담아야죠.
장기하 다른 사람들이 이미 했거나 혹은 할 만한 음악을 하고 싶진 않아요. 내가 아니면 못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거기에 따뜻한 마음이 담기면 더 좋겠죠.

마지막 질문. ‘달이 차오른다’처럼 실현하고 싶은 마지막 꿈이 있다면
이종민 음악 하는 사람으로 별일 없이 달처럼 둥글게 살고 싶어요.
정중엽 저 집(1층엔 카페, 2층엔 소속사 사무실) 사는 거. 하하.
이민기 한 철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오래오래 밴드를 하고 싶어요.
전준엽 평탄한 삶을 사는 것. 아,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 건가.
양평이형 지금처럼 사는 것. 더 이상도 이하도 원치 않아요. 그게 가장 어려워요. 그래서 꿈이죠.
장기하 꿈? 그런 건 없어요. 그냥 재미있게 살면 돼요!

[사진] 박여희
[어시스턴트] 문경림

에디터:이영민 | 월호:2014년 6월호 | 업데이트:201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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