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생활>과 함께한 스타와 셀럽의 ‘오늘’ - 1

<주부생활>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스타와 셀럽들을 만났습니다. 과거의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부지런히 나아가는 사람들. 그래서 늘 청춘의 얼굴을 한 그들의 ‘오늘’을 담았습니다.
150305 그의 평창동 집 근처 카페에서
박범신의 발견

<주부생활>은 나에게 아주 특별해요. 내 최초의 장편소설 《죽음보다 깊은 잠》을 연재한 잡지니까요. 당시 난 국어선생이었고, 아주 젊은 무명작가였어요. 작가로서 전망이 거의 없는 사람이었죠. 당시 <주부생활>은 라이벌 없이 독보적인 행보를 걷고 있던,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큰 매체였어요. 최인호 같은 인기작가들만 소설을 연재할 수 있었죠. 그런데 어떤 작가의 연재가 펑크가 났던 걸로 기억해요. 나에게 단편소설 50매를 써달라는 청탁이 왔어요. 그래서 썼죠. 《아침에 날린 풍선》이란 소설이에요. 다음 달에 백승철 편집국장이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그때의 만남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 보신탕을 사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 “한 시대를 풍미할 작가가 몸이 너무 허약해 보인다.” 편집국장이란 높은 양반이 무명작가를 굳이 불러내 보신탕을 사주며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나로선 굉장히 감격했지.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연재를 부탁하더군요. 깜짝 놀랐어. 뭘 믿고 나에게 부탁할까 싶었거든. 한데 충분히 성공할 확신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주부생활> 자매잡지 격인 <엘레강스>에 내 첫 장편을 연재하게 됐어요. 두 달쯤 연재했을 때, 내가 인기작가 반열에 올랐다는 예감이 왔어요. 1979년에 책으로 출판됐는데, 그해 문학계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지. <주부생활> 덕에 내 팔자가 바뀌었어. 매우 극적인 일이죠. 여의도 사옥에서 기자들과 술도 많이 마셨고 쌓인 추억도 많아. <주부생활>에서 매년 ‘겨울바다 여행’이라는 이벤트를 열었어요. 독자 200~300명과 2박3일 여행을 떠났는데, 내가 단골 게스트였죠. 마치 <주부생활> 홍보대사 같았는데…(웃음).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돌이켜보면 평생 작가로 살아온 내 삶은 나름 괜찮았어요. 아주 행복한 순간은 적었지만 항상 내가 싱싱했다는 느낌이랄까. 내 나이 일흔인데, 흔히 말하는 노인이잖아요? 근데 내 안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젊어. 현역작가로 살아오며 세상이 날 완전히 오염시키지 않은 것 같아요. 이 험한 세상 수십 년을 견디면서도 아직 순정을 지니고 노년을 보내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닐까. 요즘 《꽃잎보다 붉던》이란 새 소설을 쓰고 있어요. 치매 걸린 70대 노부부의 순애보지. 주인공은 늙은이들이지만 문장은 아주 젊어요. <주부생활>도 예전과 다름없이 승승장구하고 있죠. 그러고보니 <주부생활>과 한결같은 나의 감수성은 서로 닮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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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09 남양주 촬영장에서
김영애의 행복

<주부생활>은 오랜 친구이자 인연이죠. 제가 스물한 살 때 연기를 처음 시작했는데, 올해가 딱 45년째예요. 50살이 된 <주부생활>하고 비슷하죠? 얼마 전 아주 오래된 <주부생활> 표지 사진을 봤어요. 30대 무렵의 저였죠. 그 사진을 보는데 새삼 뭉클하고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행복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이었달까. 또 <주부생활>을 통해 좋은 사람도 만났죠. 처음 만났을 때는 파릇한 신참기자였는데 벌써 40대 중반이 됐어요. 이제는 거의 ‘패밀리’예요(웃음). 제가 원래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진득하니 오래가는 편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주부생활>은 제게 각별해요. 재능을 타고나고 능력을 인정받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 일을 아주 오랫동안 할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행복인 것 같아요. 요즘처럼 뭐든 빨리 변하고 바뀌는 시대에 한결같다는 건 참 근사한 일이잖아요. 저는 여자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자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희생’이 필요한 역할들이 주어져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때마다 저 자신을 우선시했던 것 같아요. 자식들에게는 그게 여전히 미안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아요. 나로서 당당하고 내 삶에 감사를 느끼기 때문에 자식들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었거든요. 희생에 대한 보상을 바라거나, 그로 인해 서운하거나 한 적이 없죠. 다만 아쉬운 건, 저는 제 행복을 위해 살았지만 스스로를 잘 돌보지는 못했어요.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보니 몸이 망가지더라고요. 작년에 크게 아픈 뒤로는 건강에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어요. 마지막 바람은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거예요. 얼굴의 주름도 넉넉히 봐 넘길 수 있는 여유와 성품을 갖춘다면 정말 멋진 여성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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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2 상암동 MBC 라디오국 주조정실에서
배철수의 1만8000시간

하루에 두 시간씩, 총 1만8000시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의 목소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같은 이름, 같은 DJ의 최장수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이하 배캠)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본지 1991년 6월호에는 진귀한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다. ‘배캠’을 만든 박혜영 PD와 배철수가 결혼을 앞두고 함께 한 인터뷰다. 이것이 그와 배캠의 끈질긴 운명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를 만나 예전 기사를 내밀었다. 그는 “박국장(현재 MBC 라디오 부국장으로 있는 아내를 그는 이렇게 부른다)이 이렇게 여리여리할 때가 있었나” 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로맨틱과는 왠지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는 “인생 살면서 제일 잘한 일 세 가지 중 하나가 지금의 처와 결혼한 것”이라고 말하는 남자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저라는 인간이 좀 나아졌다면 제 처가 저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후배들한테도 그런 얘기 많이 합니다. ‘결혼이라는 건 서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사람과 해야 한다. 결혼 후 배우자가 점점 너를 깎아내린다면 잘못된 만남이다’라고요. 결혼이야말로 잘된 만남이어야 하잖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전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 나머지 잘한 일 두 가지도 결국 ‘배캠’으로 귀결된다. 하나는 대학 졸업할 때 취업과 음악의 기로에서 음악을 선택한 것, 다른 하나는 음악을 계속하느냐, 배캠 디스크자키를 하느냐 할 때, 배캠을 한 것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배철수는 출입국증명서의 직업란에도 실제로 ‘디스크자키’라고 쓴다. “제 욕심으로는 저를 끝으로 이 프로를 영구폐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운동선수들도 위대한 선수는 영구결번 하잖아요(웃음). 아무쪼록 윗분들이 잘 좀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생방 2시간 전에는 무조건 출근해 그날 틀 음악을 점검하는 배철수에게 라디오는 삶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고, 애인이다. “이제는 저한테서 라디오를 떼어내면 과연 남는 게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최장수 디제이 배철수의 시간은 1만8000이라는 숫자를 넘어 차곡차곡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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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6 합정동 아지트에서
최민수의 열망

배우생활 하면서 물욕을 품거나 인기를 갈망한 적이 하늘에 맹세코 한 번도 없어. 살면서 나 홀로 투쟁해온 부분이랄까. 나는 세상을 물로 알아. 세상이 나보다 세다고 생각하지 않아. 왜 나보다 세상이 세다고 생각해? 그건 탐심, 욕심 때문에 그래. 난 그런 물욕은 없거든. 적어도 이전까지는 그랬어. 지금은 나와 같이 있는 36.5 밴드 박변계, 박의정, 박승수, 이 동생들을 위해서 세상의 톱이 되고 싶어. 음악으로 말이야. 밴드 결성한 지 8년 만에 처음 음악으로 행복해. 진짜 최고가 되고 싶어. 형으로서 그게 내 도리라고 생각해. 태어나 처음으로 갖는 열망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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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07 경기도 이천 드라마 세트장에서
김혜자, 장미희, 채시라 그리고 여배우

“그래, 나 <주부생활> 참 많이 했었지”(김혜자), “내가 이런 사람도 만났단 말이야?”(장미희), “우와 옛날에 나 볼 통통한 거 봐~”(채시라). KBS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촬영장에서 만난 그들은 예전 사진을 보더니 반가워하며 이내 추억에 잠겼다. <주부생활> 반백년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여배우 하면 바로 이들 셋, 김혜자, 장미희 그리고 채시라를 꼽을 수 있다. 각자 당대 최고의 여배우로 196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본지에 단골로 등장한 세 배우는 2015년 현재 여전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견인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세트장을 찾은 날, 전날 촬영이 새벽 2시까지 이어졌음에도 이른 아침 가장 먼저 도착한 배우는 거짓말처럼 김혜자, 장미희, 채시라 순이었다. 햇볕이 완전히 차단된 세트장 안은 두터운 패딩점퍼를 입어도 한기가 느껴질 만큼 추웠다. 리허설부터 수십 차례 반복되는 촬영.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쉬는 시간도 없이 이어지는 강행군인데도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완벽히 집중한 채 한결같이 연기를 해냈다. 옛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긴 것도 잠시, “슛 갑니다”는 말이 들리자 가장 먼저 세트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들도 바로 여기 세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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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2 <룸메이트> 촬영 전, 청담동 숍에서
배종옥의 노력

아침 7시. 이미 숍에 도착해 헤어메이크업을 준비하고 있던 배종옥은 이른 시간인데도 에너지가 넘친다. 며칠 전 <달콤한 스파이> 촬영을 마쳤지만, 오늘만 해도 <룸메이트>부터 ‘한국PD대상’ 시상까지 스케줄이 빼곡하다. “이 사진들 모두 <주부생활>에서 가지고 있는 거예요? 옛날 내 모습 보니 참 감회가 새롭네요. 내가 이럴 때가 있었구나 싶고…. 이건 <아름다운 사인>이라는 연극 했을 때 연습실에서 했던 인터뷰네요. 기억나요. 또 이 사진은 아마 결혼 전이었던 것 같고. 이때만 해도 귀걸이가 예스럽잖아요. 하하.” 데뷔 초의 앳된 모습부터 다양한 역할 변신을 하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그간 <주부생활>은 배종옥의 여러 모습들을 담아왔다. “요즘 일을 하면서 느낀 건, 처음에 인기와 명성을 갖기도 힘들지만 그보다 오랜 시간 그 명성을 유지하는 게 더 힘들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해요. 고민하고 노력하다보면 더욱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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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이인철, 이영민, 성영주, 류창희 | 월호:2015년 4월호 | 업데이트: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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