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박해일과 만나다

‘잘생긴’이라는 말보다는 ‘천생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두 남자, 설경구와 박해일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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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독재자 설경구
설경구를 실제로 보면 의외로 잘생겨서 놀란다. 늘 스스로를 ‘못생겼다’고 말해서일까. 어쨌든 그 ‘못생긴’ 얼굴 덕분에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설경구는 금세 지워지고 영화 속 인물만 남는다. 영화 <나의 독재자>에서 그가 연기한 말만 독재자일 뿐 마음은 여린 ‘상근’ 역시 그렇다. 5시간의 분장과 일부러 살을 찌운 노력에 최고의 연기까지 더해 ‘김일성 대역 배우’라는 흥미롭고도 강렬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김일성도 아닌 김일성을 연기하는 대역 배우라니, 연기파 배우인 그에게도 이번 배역은 일종의 도전이었다. 연기를 위해 김일성의 행동, 손을 사용한 제스처 등을 익혔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역할이 김일성 대역 배우라는 점을 잊지 않았다. 김일성이 돼서는 안 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박해일처럼 나이 많은 아들을 둔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할아버지로 변신하기 위해 5시간 동안 분장한 것은 힘든 축에도 속하지 않았다. “최고의 분장은 연기”라는 분장 감독의 말을 떠올리며 설경구는 점차 박해일의 독재자 아버지가 됐다. 설경구는 그동안 배역을 위해 살을 빼고 찌우는 경험을 유난히 많이 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노년의 아버지 연기를 위해 살을 찌웠다. 포스터 속 설경구는 김일성과 싱크로율 80% 이상. “체중 조절은 10년 전부터 해오던 거예요. 김일성 대역 배우와 풍채가 비슷해야 해서 몸집을 불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힘들었죠. 많은 분들이 살을 빼는 것만 어렵다고 생각하시는데 찌우는 것도 정말 어려워요.” 설경구가 이렇게 눈물겨운 노력으로 이뤄낸 고무줄 몸매 덕분에 우리는 감정이입 제대로 되는 김일성 대역 배우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반전 있는 박해일
눈이 큰 것도 아니고 콧날이 남달리 뾰족한 것도 아니다. 베일 것 같은 날렵한 턱선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해일은 많은 여자들, 특히 여배우들의 이상형으로 손꼽힌다. 신민아는 데뷔 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상형을 박해일로 꼽고 있으며, 소희는 많고 많은 남자 아이돌 멤버를 두고 박해일을 이상형으로 선택했다. 그는 여배우들의 이런 찬사에 “참 힘든 결정들을 하셨다”며 쑥스러워한다. 박해일의 매력은 무엇일까. 부드러운 외모 속에 숨어 있는 터프함, 혹은 반듯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건들거리는 듯한 의외의 모습 아닐까. 진지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그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건들건들한 백수건달 아들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런데 의외로 잘 어울린다. 왕년에 백수생활 좀 해본 모양이다. “연극할 때는 거의 백수나 다름없었죠. <괴물>, <고령화 가족>에서도 빈둥대는 삼촌 역할이었고요. 은근히 제가 직업없는 역할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괴물> 이후 취업 홍보대사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어요. 하하.” 이번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90년대에 박해일은 압구정동에 외제차 한 대만 지나가도 쳐다보던 순진한 청년이었다. 대학에 다니면서 연극판을 전전하던, 꿈은 있지만 돈이 없던 그가 영화에서는 과감한 패션으로 유행을 선도하는 남자로 변신했다. 그 시절 청년 박해일과 영화 속의 반항하는 아들 태식은 패션은 다르지만 감성면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다. “제가 청년일 때와 시대가 비슷해서 실제 저와 대입하기 쉬웠어요. 그때의 기억이 많이 떠올라 피부로 와 닿았거든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실제로 제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설경구 선배님이 제 아버지와 닮았다는 느낌까지 받았어요. 이 영화는 제가 젊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마지막 영화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아들 느낌을 내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이왕이면 반항적인 아들이요. 하하.”

[에디터] 류창희·[사진] 강종호

에디터:류창희 | 월호:2014년 11월호 | 업데이트: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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