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자

용서받지 못하는, 그리고 용서하지 않는 송윤아와 이지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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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는 서태지와 이혼했고 정우성과 사귀었다. 송윤아는 설경구와 재혼했다. 이 사실만 으로도 세상이 시끌시끌할 법하다. 그런데 이지아는 여기에 보태 얼마 전 <힐링캠프>에서 두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송윤아는 <마마>를 통해 드라마로 컴백했다. 두 사람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비호’ 쪽에 가깝다. ‘비호’는 두드러지고 ‘호’는 찾기 힘들다. 이지아가 <힐링캠프>에서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자 왜 지난 일을 새삼스레 들춰내느냐는 비판이 따랐다. 또 이지아의 발언에 대해 서태지 측이 반박하자 언론은 이들의 공방을 ‘진흙탕싸움’으로 표현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일 수 있지만, 사실 그 이야기를 가장 궁금해했던 이들 역시 대중과 언론이었다. 가장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는데 이지아는 오히려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는다.

송윤아 역시 설경구와의 재혼에 대한 루머를 해명했다. 하지만 반응은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다. <마마>의 시청률은 고공행진 중이지만 송윤아 개인에 대한 좋은 기사나 반응은 찾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그만큼 이지아와 송윤아가 잘못했을까. 굳이 일과 사생활의 경계에 대해 말하지 않더라도, 이지아와 송윤아의 사적인 과거에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다. 제3자가 잘잘못을 따지기엔 정보의 신빙성이 너무 약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두 사람은 이미 ‘팜므파탈’이 됐다. 소문은 송윤아를 남의 남편을 빼앗은 여자로 만들었다. 이지아에게는 대체 무슨 매력이 있기에 두 남자를 사로잡았는가 하는 호기심과,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여성들에게 남편 또는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다는 것은 피부에 와 닿는 공포 중 하나다. 아이가 있는 기혼 여성이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송윤아는 위험한 여자가 됐다.

이지아의 경우는 서태지와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오히려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생겼다. 이런 사연을 지닌 여성이 한국에서 단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만큼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또한 이지아는 그만큼 유혹에 능한 여성으로 받아들여졌고, 동시에 속을 알 수 없는 여자가 됐다. 명문가로 알려진 (혹은 본인이 말했던) 조상이 사실은 친일파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그리 탐탁지 않은 이미지는 더 확산됐다. 서태지의 팬들이 이지아가 친일파의 자손이라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정도. 이지아와 서태지는 이혼 소송 중 이혼 시점 등에 대해 이견을 보이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서태지 측은 이지아가 틀린 사실을 말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지아가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유는 그의 말대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서태지의 새 앨범 발매를 앞둔 상황에서 이지아가 의도적으로 토크쇼에 출연했다고 추측한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고 있는 쪽으로 혹은 믿고 싶은 쪽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다. 의문은 부정적 이미지를 낳고, 그 이미지는 결정적 한 방이 있지 않는 한 달라지지 않는다.

송윤아는 이지아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신에 대해 말했다. 울면서 해명했고, 그래서인지 추가로 의혹이 제기되진 않았다. 하지만 한번 생긴 이미지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게다가 이지아는 드라마에서 늘 누구에게든 할 말은 하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 송윤아 역시 코믹한 캐릭터도 연기했지만 기본적으로 도회적인 커리어우먼을 연기했다. 한마디로 만만해 보이지 않는 그녀들이다. 그들이 스캔들의 주인공이 됐을 때, 특히 송윤아처럼 윤리적인 면에서 문제가 되는 루머에 휩싸였을 때, 대중은 소문의 당사자가 약한 모습 또는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아니면 적어도 입장이라도 표명하기를 바란다. 그것을 대중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언론은 이것을 ‘알 권리’라고도 표현한다. 하지만 송윤아는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루머의 당사자로서는 해명을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걱정스러운 일인 만큼 이런 대응이 이상할 것은 없다. 어떤 식으로 대응하든 대중은 믿고 싶은 대로 믿을 테니까. 또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면 물론 사과할 일도 없다. 하지만 대중에게는 이런 행동이 이상해 보일 법하다. 엄청난 스캔들의 당사자가 고개 숙이지 않고 당당하다.

<힐링캠프>에서 이지아는 서태지와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자신의 불행을 이야기 한 반면, 정우성과의 추억을 말할 때는 로맨틱한 순간을 떠올렸다. 전남친에게는 예의를 보였고, 전남편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여자가 전남편과 전애인을 평가한다. 멋지고 당당하다고 할 만하다. 하지만 반대로 그것이 불편해 보일 수도 있다. 이혼을 하고, 그 뒤 한국에서 가장 멋있는 남성 중 한 사람과 사귀고, 고개 들고 할 말을 하고 자기 할 일을 하는 이 여자는 지금껏 한국에서 ‘호’로 받아들여진 적 없는 여성 캐릭터다. 본인은 억울한 점이 있겠지만, 사람들은 그렇다. 송윤아 역시 무엇을 하든 당분간 그녀를 ‘뻔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갑자기 태도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 이지아는 무슨 말을 할 때도 울먹이지 않았다.

송윤아는 <마마>에서 자신의 현재를 반영한 캐릭터가 아닌, 스스로 부를 쌓은 여성을 연기한다. 그들은 대중에게 더 이상 해명하거나 고개 숙이지 않는다. 억울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이 그들의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일 것이다. 대신 그들은 일정 기간, 어쩌면 꽤 오랫동안 그들을 ‘불호’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들에게 꽤 오랫동안 짐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리 무겁지 않은 짐이 될 것이다. 송윤아에 대한 ‘불호’가 있더라도 송윤아는 <마마>에 출연해 좋은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배우 송윤아에 대해서는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이지아는 이미 두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들과 관련된 일은 애초에 사생활의 영역이었고, 상당수 확인할 수 없으며, 특히 이지아는 시끌벅적한 이혼을 했을 뿐이다. 두 사람은 누군가에게 ‘불호’의 이미지를 얻었을지언정 KO당할 만큼 코너에 몰린 것은 아니고, 오히려 어떤 식으로든 기억에 남는 이름이 됐다. 세상을 시끌시끌하게 만드는 여자는 모두에게 사랑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늘 이야기의 대상이 된다. 아이러니컬하지만 바로 그것이 이지아와 송윤아를 지탱하게 만드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

[글] 강명석(ize 편집장)
[일러스트] 유성은

에디터:류창희 | 월호:2014년 9월호 | 업데이트:20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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