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결혼, 배수빈 박시연…2개월 아빠, 10개월 엄마가 드라마에서 만났다

결혼과 출산. 두렵지만 가장 달콤한 단어! 새로운 가족과 함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고 있는 두 배우와 나눈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결혼은 싱글만이 꿈꾸는 환상, 기혼자들의 현실이라는 말, 결혼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다. 함께 화장실을 쓰고 아이 기저귀를 수시로 갈아야 하는 그런 현실 앞에서 말이다. 가족이라는 끈끈한 완성체를 만들기 위해 통과해야 할 필수과정을 공유하는 기혼자들의 대화는 대부분 육아로 귀결된다. 내 아이가 삶의 축으로 바뀌는 순간, 대화는 거의 육아정보 교류의 장이자 아이 자랑이며 현실적 고민이 된다. 배우 배수빈과 박시연도 그랬다. 두 사람은 TV조선의 새 드라마 <최고의 결혼>에서 엘리트 아나운서 역으로 처음 호흡을 맞추는데도 육아라는 공통점으로 금세 친해졌다. 결혼도 출산도 비슷한 시기에 한 터라 함께 나눌 이야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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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빈씨는 아빠가 된 후 첫 작품이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배수빈 한마디로 애 봤다. 아내가 임신 중일 때 일이 없어서 집에서 설거지하고 청소하며 지냈다. 생후 60일 된 아들이 도통 잠을 안 자 힘들었다. 다행히 요즘에는 우유 먹는 양이 늘어 서너 시간 자기는 하지만.
박시연 그때가 가장 힘들 때다. 내 딸은 10개월 됐는데, 이젠 ‘엄마’라고 말도 하고 애교도 부린다. 정말 예쁘다.

박시연씨는 ‘그 사건’을 겪은 후 첫 복귀작이다. 2년 만인데 부담감은 없나
박시연 너무 빨리 복귀하는 게 아닌가, 고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거다. 하지만 이번 역할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쉴 때는 내가 얼마나 일을 사랑하는지 몰랐다. 아이에게 안 좋을까봐 거실에 있던 TV도 치워버렸기 때문에 현장에 대한 그리움이 덜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작품 테스트 촬영을 하러 막상 현장에 가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가 정말 많이 기다렸구나’ 싶었다. 예전엔 당연했던 일상이 이젠 하나하나 감사하다.

남편 반응은 어떤가. 아이 두고 밖에서 일하려면 남편의 도움 없인 힘들 텐데
박시연 남편은 내게 언제나 큰 힘이 되는 사람이다. 복귀 문제로 고민할 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힘내서 하라고 격려해주곤 했다. 술을 잘 못하는 남편은 정시에 퇴근해 7시면 거의 집에 오는데, 되도록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쓰레기도 잘 버려주고, 아이도 곧잘 봐준다. 또 가끔은 나를 배려해 시어머니께 잠깐 아이 맡기고 와인 한 잔 하러 가기도 한다. 정말 가정적이고 자상한 사람이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사람이기도 하고.

결혼해서 좋은 점은
배수빈 쓸데없는 에너지 방출이 없다는 것. 머릿속이 깔끔히 정리된다. 결혼 전에는 일이 없을 땐 대부분의 시간을 취미생활로 채웠는데, 결혼하고 나니 생활이 심플해졌다. 농담반 진담반이지만, 일을 열심히 해야 가족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걸 안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 나아가 좋은 배우가 되고 싶으니까. 분명한 건 결혼 후 여유가 생겼다는 거다. 마음이 편해지고 모든 게 안정적으로 변했다. 한마디로 좋아졌다. 인생 뭐 있나, 로빈 윌리엄스 같은 사람도 그렇게 가는데 말이다.

누구보다 일 욕심이 많은 배우로 알고 있는데
배수빈 맞다. 일 년에 작품을 몇 개씩이나 한 적도 있으니까. 그 시간이 필모그래피를 쌓는데 도움은 됐지만, 어느 순간 ‘무엇을 위해 이렇게 욕심 부리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달라졌다. 어떤 일이든 나에게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일이 없을 땐 카메라 앞에 정말 서고 싶다. 하지만 때가 되면 다시 할 거라는 걸 아니까 기다린다. 가장 현명한 삶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집중하며 사는 거다.

실제로 아이를 낳고 나니 예전엔 알지 못했던 모성애,
여자의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고 공감도 갔다.
내 연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체크하는 건 시청자의 몫이지만,
연기자로서 마음가짐부터 확실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내 딸이 커서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게 될 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내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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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모두 이번 작품에서 색다른 변신을 했다. 배수빈씨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엘리트 아나운서로 수위를 넘나드는 진상짓(?)을 하는 조은차 역, 박시연씨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아나운서에서 비(非)혼모의 길을 선택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차기영 역을 맡았다.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배수빈 오래전부터<굿모닝 베트남>의 로빈 윌리엄스처럼 휴머니즘이 묻어나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이번 역할이 그와 꼭 닮았다. 또, 전작 <비밀>에서 악역을 하며 욕을 너무 많이 먹었기 때문에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선택한 면도 없지 않다. 우리 사회 전반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드라마라 욕심이 났다.
박시연 비혼모 역할이다보니 와닿는 점이 많았다. 실제로 아이를 낳고 나니 예전엔 알지 못했던 모성애, 여자의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고 공감도 갔다. 내 연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체크하는 건 시청자의 몫이지만, 연기자로서 마음가짐부터 확실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내 딸이 커서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게 될 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내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

비혼모를 연기하면서 여러 생각도 들 것 같다
박시연 실제 혼자 아이를 키운다면 무엇보다 아빠의 존재가 없다는 사실이 불편할 것 같다. 요즘 싱글맘이나 싱글대디가 적지 않은데, 당사자들은 현실에 잘 적응한다 해도 사회의 시선 때문에 괴로운 순간들이 분명 있을 거다. 아이가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정말 힘들 것 같다.
배수빈 맞다. 아직 우리나라는 유교문화의 영향이 강하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말도 공공연히 쓰인다. 아직은 외부의 시선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다. 사회 분위기가 바뀌려면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지 않을까.

차기영은 다혈질에 똑 소리 나는 커리어우먼인데, 실제 닮은 면도 있나
박시연 90% 다르다. 나는 기분이 쉽게 오르내리지도 않고, 화도 잘 안 내는 편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혼자 생각하지 상대방에게 큰소리로 따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에 맡은 역할은 오탈자 하나 놓치지 않고 지적하는 완벽주의자라 이해가 안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하기도 하다. 쾌감도 느끼고. 때론 그런 당당함과 솔직함이 부럽기도 하다. 내가 워낙 소심해서. 하하.

박시연씨는 도회적인 이미지로 그전까지 팜므파탈 연기를 많이 해왔는데, 실제 모습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배수빈 실제로 만나보고 깜짝 놀랐다. 기가 센 사람인 줄 알았는데 착하고 소탈하다. 반전 매력이 있더라.
박시연 내 고향인 부산 사투리를 쓰면서 흐트러지는 역할을 한 번쯤 꼭 해보고 싶다. 사실 이 이야기를 몇 년 전부터 했는데 그런 역할이 오지 않더라. 이미지 망가질까봐 부담스러운 거? 전혀 없다. 아기엄마 역할도 좋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끝까지 망가지는 역할 해보고 싶다.
배수빈 난 이번에 제대로 망가졌다. 이대로 방송에 나가도 괜찮을까 싶을 만큼. 내 진상짓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테니 기대하시라! 그런데 우리, 지방 촬영은 언제 가지? 예전에 황정민 선배가 자꾸 지방 촬영을 가고 싶다고 할 땐 왜 그러나 싶었다. 아기를 보는 게 더 좋지 않나 하면서. 하지만 이제 그 마음이 이해 간다. 지방이 안 되면 광화문이라도 좋다. 하하하.

어떤 아빠와 엄마, 나아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배수빈 가정 안에서 아빠 역할, 엄마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 바운더리 안에서 내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친구처럼 좋은 아빠이고 싶다. 배우로서는 정해놓은 게 따로 없다. 생각해보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작품은 거절당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꼭 해야 하나?’ 의구심이 들었던 작품이 외려 히트하기도 했다. 그런 점으로 미뤄보면 내가 앞으로 할 작품은 정해져 있다고 믿는다. 한마디로 ‘작품운명주의자’라고나 할까. 정해진 작품을 배수빈이라는 배우가 해나가는 일종의 여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거기에 충실한 배우가 되고 싶다.
박시연 부모님이 무척 엄하셨다. 보통 엄마가 무서우면 아빠에게 달려가곤 하는데 나는 두 분 모두 엄격해서 항상 주눅이 든 상태로 자랐다. 그래서 내 딸에게만은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 내 품에 안겨 친구처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리고 배우로서는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막연히 김희애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다. 많은 배우들의 롤모델이기도 하고. 먼 훗날 젊은 후배들이 박시연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단 이야기를 해주면 정말 기쁠 것 같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후회하지 않겠다. 모자라는 부분은 최선을 다해 채울 생각이다.

요즘 육아 방송이 인기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지만, 좀 크면 방송에 함께 출연하고 싶지 않나
배수빈 내 아이는 평범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 나이에 누릴 수 있는 것을 박탈하고 싶지는 않다. 아들과 친구가 되어 많은 곳을 여행하고 싶다. 아주 평범하게.
박시연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딸이 어느 정도 자라서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기 전까지는 보호해주고 싶다. 무엇보다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다. 요즘 아이 교육법을 놓고 고민 중이다. 아이가 모래를 좀 더 만져야 할 것 같은데, 유치원이니 영어교육이니 강요하는 분위기가 참 싫다. 네다섯 살이 될 때까진 한글도 가르치지 않고 스스로 배우고 싶을 때 깨쳤으면 좋겠다. 책상 앞에서 공부하기보단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되도록 많이 가지게 하고 싶다.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나보다. 죽을 것 같았는데 뭐든 하게 된다는 게 신기하다. 처음엔 아이를 낳는 게 너무 무서웠고 수유할 때도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모든 게 할 만하다 싶다.

그런 말이 있다. 여자는 아이를 낳고 철이 들지만, 남자는 평생 철들지 않은 어린아이로 살아간다는
배수빈 나도 아직 철들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고 아픔을 경험하며 올드 앤 와이즈해지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느끼면 되는 것 같다.
박시연 아이를 낳고 나서 확실히 책임감이 생겼다. 아무리 촬영이 늦게 끝나도 분유를 안 살 수는 없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이젠 샴푸가 없으면 비누로 머리를 감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와 관련된 것은 바짝 긴장하고 신경 쓰게 된다. 또 나보다는 남을 더 배려하게 되고, 계획을 세우면서 살게 됐다. 그게 철든 건가?

가끔은 싱글일 때가 그립긴 하다. 하고 싶은 거 하고, 밤에 영화도 보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으니 자유롭고…. 하지만 결혼을 안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지금이 바로 행복이다. 무엇보다 아이는 꼭 낳으라고 권한다.
육아가 물론 엄청 힘들기는 하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이 어마어마하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을 권하는 편인가
배수빈 솔직히 결혼은 선택의 문제라 생각한다. 책임이 따르니까. 가끔은 싱글일 때가 그립긴 하다. 하고 싶은 거 하고, 밤에 영화도 보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으니 자유롭고…. 하지만 결혼을 안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지금이 바로 행복이다. 무엇보다 아이는 꼭 낳으라고 권한다. 육아가 물론 엄청 힘들기는 하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이 어마어마하니까. 요즘 아기 재우는 법을 연구 중이다. 하하.

마지막 질문. 어떤 결혼이 최고의 결혼일까
배수빈 음, 생각해보니 최고인 줄 알고 했다가 최고가 아닌 줄 깨닫고 서로 맞춰가는 게 현실인 것 같다. 서로 도우며 친구처럼, 파트너처럼 사는 게 최고 아닐까. 육아든 살림이든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 따지지 말고 함께 맞춰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박시연 자상하고 착한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 하하하.

에디터:이영민·사진 박여희 | 월호:2014년 9월호 | 업데이트:20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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