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핫한 목소리 - 외모까지 셜록&왓슨

늘 화면 뒤에서 ‘남의 인생’을 연기해온 그들이 이제 무대로 걸어 나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금 가장 핫한 목소리의 주인공들.
외모까지 셜록&왓슨
‘영드(영국 드라마) 폐인’의 진원지 <셜록>. 얼마 전 시즌 3가
방영되면서 화제가 된 셜록과 왓슨 더빙 목소리의 주인공,
성우 장민혁과 박영재를 만났다.
사랑하면 닮아간다 했던가.
이들은 실제 주인공과 외모마저 비슷해 보였다.


영국발 열혈팬 경보, 영국의 국민 드라마, 이제는 전 세계에 골수팬 양산 중인 <셜록>이다. 지난 1월, 시즌3가 KBS를 통해 방영됐다. 방영 전 때아닌 더빙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실제 배우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팬들이 더빙 반대 의견을 내놓았던 것. 막상 뚜껑이 열리자, 논란은 씻은 듯 사라졌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성우들에 대한 칭찬 일색, 더빙판 DVD를 구입하겠다는 의견도 쇄도했다. 셜록과 왓슨을 연기한 성우 장민혁, 박영재는 요즘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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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처음에는 더빙 반대 논란도 있었는데, 나오고 나니까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장민혁(이하 장) 일단 KBS 아닌가? 공영방송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시각장애인이나 자막을 빨리 못 따라가는 분들도 있으니까. 난 그냥 묵묵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마니아가 아닌 일반 시청자들이 ‘저 목소리 이상하다’ 하면 뜨끔했을 텐데, 다행히 재미있다고 해주셔서 성취감을 느꼈다.

박영재(이하 박) 외화는 대부분 원작을 선호하기 때문에 더빙을 입혀놓으면 욕 먹기 일쑤다. 더구나 <셜록>은 워낙 골수팬이 많은 상황이라서. 그런데 이번에는 칭찬을 많이 받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 또 드문 경운데, 선배님들이 방송을 보시고는 ‘그래, 더빙은 그렇게 해야 해’, ‘둘이 호흡 정말 잘 맞더라’ 하는 말들을 해주셔서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Q 성우는 목소리로만 전달해야 하니까 캐릭터 접근 방법도 다를 것 같은데
애니메이션이나 외화는 최대한 그 사람과 비슷한 호흡과 감정을 가져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대한 그 사람인 것처럼, 막말로 ‘외국 사람인데 한국말을 참 잘하네’ 하고 생각할 만큼.

예를 들어 옷 같은 것도 배우랑 비슷하게 입는다. 남자들 예비군복 입으면 괜히 껄렁대고, 성가대 옷 입으면 경건해지듯이. 녹음 때도 왓슨이랑 비슷하게 입으려고 신경 썼다. 배우와 비슷하게 이미지를 가져가면 감정을 이입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이 옷(셜록의 트레이드 마크인 깃 세워 입는 트렌치코트)도 셜록 때문에 산 거다. 비슷한 옷이 있었는데 그건 깃이 없어서(웃음). 셜록처럼 안에 양복까지 받쳐 입고 녹음할까 했는데, 너무 오버한다고 할까봐 꾹 참았다.

Q 셜록과 왓슨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왓슨은 캐릭터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셜록을 옆에서 도와주는 조언자 역할이다. 때로는 셜록을 제재하기도 하는. 인터넷에서 흔히 얘기하는 아내 같은 느낌(웃음).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서 굳이 멋스럽게 할 필요도 없었고. 툭툭 내뱉는 대사, 그런 걸 위주로 편안히 연기하는 데 중점을 뒀다.

셜록의 까칠하고 소시오패스적인 면모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일부러 시니컬해 보이려고도 하고. 나도 모르게 평소에도 셜록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한 번은 택시를 타 뒷자리에 앉았는데, 명찰이 하나 떨어져 있더라. ‘이름은 김수진, 백화점 로고가 그려져 있네. 뒤쪽에 자석이 있고, 끊긴 머리카락이 붙어 있다. 그럼 이 택시가 어디서 왔다는 얘기지?’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거다. (웃음)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나
‘죽여버려야 돼 진짜!’ 이 대사가 인터넷에서 이슈가 됐더라. 기차 안에서 폭탄을 제거하는데 셜록이 해체를 해놓고도 왓슨에게 일부러 포기한 척한다. 나중에 경찰에 다 알리고 폭탄을 몇 초 전 해체했다는 사실을 안 후, 낄낄대는 셜록한테 왓슨이 하는 대사가 바로 ‘죽여버려야 돼 진짜’다. 대본에는 ‘죽여버리겠어’로 돼 있었는데, 그게 영 어색했다. 그래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어휴, 죽여버려야 돼 진짜’ 이렇게 했는데, 그게 실제 상황에서 하는 말처럼 자연스러웠다고 하더라. 시즌 2 때도 ‘어우, 욕 나오네 진짜’ 하는 대사 때문에 왓슨이 실은 ‘풍양 조씨 조완순’이라는 말도 나왔다.(웃음)

Q 원래 성우가 꿈이었나.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출석 부르면 나는 그냥 ‘네’ 대답하는데 애들이 ‘우와’ 하곤 했다. 대학생 때 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문득 ‘성우를 해야겠다’ 싶어 6년을 준비하며 때를 기다렸다.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국어 선생님이었는데, 숙직실로 나를 데려가 녹음기랑 교과서를 주고 녹음하라고 해서 그걸 혼자 다 녹음했다. 내가 녹음한 테이프를 틀어놓고 선생님이 진도를 나갔다. 어떻게 보면 그게 성우로서 첫 작품일 수도 있겠다(웃음). 고등학교 때는 소리 내서 책을 읽어야 할 때면 선생님이 항상 애들한테 ‘누가 읽어야 합니까’ 했고, 애들은 ‘영재요’ 그랬다. 군대 갔다 와서 본격적으로 준비해 7전 8기로 KBS 공채 성우가 됐다.

Q 목소리 관리는 어떻게 하나
많이들 물어보는데, 선배님들을 봐도 딱히 비결이랄 게 없다. 다들 술, 담배도 엄청 하시고(웃음).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게 있는 것 같다.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사이코, 살인자를 연기해보고 싶다. 겉으로는 선한 척하지만 알고보니 범인인. 가끔 아침에 일어나 거울 보고 미친 사람 연기를 해본다. 웃다가 얼굴이 싹 변하는. 아내가 그걸 보더니 미쳤다고 하더라(웃음). 기회가 되면 화면 연기를 한번 해보고 싶다.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보다 그리 성실하지 않다(웃음). 녹음하러 가면 자꾸 착한 역만 시키는데, 나도 독한 역 잘할 수 있다. 성대모사를 주문한 기자에게 장민혁은 순식간에 드라마 <파스타>의 까칠 셰프 이선균으로 빙의했다. “봉골레 갖고 와.” 그 한마디로 올킬! 박영재는 안철수 의원. 사소한 특징을 비상하게 잡아냈다. 성우는 뭔가 달라도 한참 달랐다.

[사진] 조일권

에디터:성영주, 장혜정 | 월호:2014년 3월호 | 업데이트:201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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