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혼자 산다 - 라면 마니아 윤형철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화를 보는 게 익숙한 남자들. 깔끔쟁이 이용주, 오지랖 짱 김현욱, 라면 마니아 윤형철, ‘의외로’ 럭셔리한 박윤배. 자의든 타의든 어쨌거나 혼자 사는 그들의 싱글 라이프를 들여다봤다. 궁상 맞냐고? 외롭냐고? 홀아비 냄새 나냐고? 이제부터 공개한다. ‘혼자 사는 남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
기러기 아빠 6년차 윤철형

“ 며칠 동안 라면만 먹어도,
때론 그리움에 가슴이 사무쳐도 윤철형은 항상 웃는다.
네 식구가 한 지붕 아래 함께 사는 그날을 꿈꾸며,
사랑과 믿음의 힘으로 오늘을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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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는 곽현주, 티셔츠는 죠쉬앤라임, 신발은 바비스, 안경은 S.T dupont by DK.

벌써 시간이 3시네요. 식사는 하셨어요?
아점으로 간단히 때웠어요. 아내가 없으니 늘 대충이죠.

주 메뉴는 뭔가요
라면이요. 요리하기 너무 귀찮거든. 또 며칠 라면만 주구장창 먹으면 물려. 그러면 자장면도 시켜 먹고, 그게 영 못 견디겠으면 부대찌개 같은 거 2인분 포장해와서 즉석밥이랑 이틀 정도 먹어요. 아, 그래도 가끔 집밥 먹고 싶을 땐 김치찌개도 끓이고 김치볶음밥도 해요.

너무 부실한데요. 좀 맛있는 거 사 드셔도 되잖아요
한 푼이라도 아껴서 보내줘야죠. 나야 뭐 한국에 있으니까 어떻게든 지내는데, 외국에선 자금이 부족하면 힘들잖아요. 고생하는 아내랑 아이들 생각하면 나 혼자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맘껏 못 사 먹겠더라고요. 미안해서. 그래서 좀더 절약해요.

절약 노하우가 있다면
식당에서 김치가 맛있으면 주인한테 “사장님, 김치가 엄청 맛있네요” 하며 칭찬을 늘어놓아요. 그러면 주인이 기분 좋아져서 좀 싸주시죠. 하하. 사실 김치 정도야 그냥 사먹어도 되는데, 한두 번이지 쉽게 못 사겠더라고요. 결혼 안 하고 혼자 살면 마트에서 이것저것 장도 보겠지만, 가족을 거느린 가장이 되면 그게 맘처럼 쉽지 않아요.

살림 중 가장 어려운 게 뭔가요
사실 청소, 설거지야 할 만해요. 가장 힘든 건 요리. 한계가 있더라고요. 라면, 자장면도 하루이틀이거든요. 사먹는 음식도 쉽게 질리고. 아내가 집에 오면 생선도 구워주고 맛있는 요리도 많이 해주는데. 밥 먹는 게 언제나 어려워요. 하루는 삶은 계란이 너무 먹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인터넷에서 찾아봤어요. 물 넣고 계란 넣고 식초 조금 넣은 다음 15분 끓이고 찬물에 헹구라대요. 해보니 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인터넷을 통해 하나둘씩 깨쳐가고 있죠.

이 요리만큼은 자신 있다
라면. 하하하. 라면 다 익기 전에 고추장 살짝 풀고 어묵을 넣어 끓이면 맛있어요. 또 김치찌개에다가도 고추장을 살짝 푸니까 괜찮던데. 아, 스테이크는 기가 막히게 잘 구워요. 중불에 양면을 미디엄으로 익힌 다음, 고기 바깥쪽을 돌아가며 살짝 가위로 잘라줘요. 그렇게 다시 구우면 속까지 익고 맛이 좋아요. 아이들도 인정한 맛이니까, 못 믿겠으면 한번 해보세요.

가족의 공백, 언제 가장 많이 느끼나요
아이들이 어릴 땐 아내보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 죽겠더라고요. 그런데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스스로 할 일 하는 나이가 되니, 지금은 아내의 공백이 훨씬 크게 느껴지네요. 지난 5월에 방송아카데미를 오픈했는데, 무용을 전공한 아내가 원장직을 맡았어요. 한국에 있을 땐 상담도 하고, 무용도 가르쳤죠. 여유 있을 땐 커피 한 잔 타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다 첫째 딸이 음악공부를 하고 싶어 미국 대학에 진학하면서 아내가 따라갔어요. 없으니까 허전하고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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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은 이상봉 , 셔츠는 지이크, 보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는 유니클로, 신발은 소다, 안경은 A.District by DK, 시계는 로마고.

가장 외로울 땐 언젠가요
항상, 늘. 이렇게 일할 때도 그렇고 집에서도 그렇죠. 침대에 베개는 두 갠데 사람은 나 혼자니 외롭고. 몇년 전, 아내와 아이들이 하와이 있을 때 전 아침드라마 촬영으로 바빴어요. 새벽 5시에 일어나 씻고 6시에 집을 나서는데, 그날따라 안개도 부슬부슬하게 꼈더라고. 음악 들으며 운전을 하는데 갑자기 울컥하면서 가족이 보고 싶어 죽을 것 같대요. 나도 모르게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져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새벽에 전화를 걸었어요. 너무 보고 싶어 전화를 했다고 하니 아내도 흐느끼며 같이 울더라고요. 그렇게 서글픈 적도 있었죠.

외로움은 어떻게 달래나요
전 술을 잘 못해요. 주량도 소주 반 병 정도니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지. 그래서 술로도 외로움을 잘 못 풀어요. 며칠 전엔 저녁을 먹다가 갑자기 술 생각이 나더라고요. 냉장고에 먹다 남은 고량주를 반 컵 정도 따라 마셨죠. 정말 외로울 때는 잘 못하는 술 생각이 나기도 하나 봐요. 시간이 나면 주로 운동해요. 연예인 축구단, 골프단 소속이니 공 차고 라운딩 나가죠. 운동만큼 외로움을 건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도 없죠. 남자들끼리 만나 할 일도 많지 않고. 일할 땐 하고, 여유 생기면 운동하는 게 가장 좋아요.

주변에 기러기 아빠들도 많을 텐데요
초반엔 같이 모여 놀기도 했어요. 김흥국 형이랑 이동준 형이랑. 그런데 별 다른 거 없더라고요. 그리고 전 기러기 아빠란 걸 굳이 티 내고 싶지 않아요. 자연스러운 게 좋지. 아내 없다고 술 많이 마시는 것도 별로고.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혼자 밥을 먹으면 완전히 푹 처박힌 느낌이 들어 친구나 동료들에게 전화해 여의도에서 만나기도 해요. 혼자 우울하게 지내기보단 사람 만나면서 생활에 리듬을 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아이들 보고 싶어 비행기 탄 적도 많죠
셀 수 없죠. 스케줄이 비면 바로 공항으로 달려가요. 미룰 수 있는 약속은 양해를 구해 한 달 정도 가족들과 살 비비며 있다 오죠. 그런데 돌아올 때는 정말 미쳐요. 마지막 날엔 아침부터 선글라스를 껴요. 눈물을 안 보여주려고. 아이들이 “아빠 잘 가” 하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니까.

같이 모여 살 시간이 얼마 안 남았죠
그렇죠. 큰딸이 대학 졸업하면 우리 네 식구가 뭉치겠죠. 그날이 오면 꿈만 같겠죠. 그런데 또 얼마 안 있다 시집 간다고 할까봐 겁나요.

혼자 사는 생활 되돌아보니 어떤가요
가족이 떠나기 전엔 몰랐어요. 외려 혼자가 되니 홀가분한 마음에 집에 좀 늦게 들어와도 괜찮겠지 싶었고, 다른 생활이 찾아오겠지 했는데 거짓말 아니고 딱 일주일 가더라고요. 편안함이 불편함, 외로움으로 그리 빨리 변할지 몰랐죠. 요즘 아내 위하는 마음이 커졌어요. 나이 먹어서 그런가? 나이 먹어서 남는 건 부부니까. 돌아오면 아내한테 정말 잘하려고요.(웃음)

[에디터] 성영주, 장혜정, 류창희
[사진] 박여희, 정태도, 조일권
[헤어&메이크업] 고은, 혜린(차홍 아르더 청담점 540-8520)·스타일리스트 양희숙

에디터:이영민 | 월호:2013년 10월호 | 업데이트:201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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